[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치열한 ‘장외설전’을 펼치던 체육계 수장이 공개석상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서로를 향한 발톱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막상 만나면 피하기 바쁜 졸장의 면모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대한체육회와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파리올림픽 결단식에서 만났다.

이 회장과 유 장관은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 한덕수 국무총리, 전재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간사 등과 참석해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했다.

결단식 시작 전 이 회장과 유 장관은 VIP룸에서 먼저 만났는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 회장은 한 총리를 안내하면서 행사장에 먼저 들어섰다. 유 장관은 장재근 선수촌장과 이동했다.

결단식 자리인 만큼 이 회장과 유 장관은 그간 갈등을 뒤로 하고 선수를 향해 웃으며 손뼉을 쳤다. 다만 냉랭한 기류는 숨기지 못했다. 행사장 맨 앞줄 VIP 좌석에 앉은 둘은 다섯 칸 떨어져 앉았다. 유 장관은 왼쪽에 앉은 장미란 문체부 차관, 오른쪽에 앉은 전재수 위원장과 주로 대화했다. 이 회장 좌,우로는 펜싱 대표 구본길과 정강선 선수단장이 앉았다.

전 위원장, 구본길, 한 총리, 배드민턴 대표 김소영, 김 단장과 무대에서 선수단 선전 기원 세리머니를 할 때도 이 회장은 왼쪽에 섰고, 유 장관은 오른쪽에 섰다. 행사 종료 후 기념촬영할 때 역시 이 회장이 앞줄에서 구본길 옆에 서자 유 장관은 뒷줄로 이동, 서로 떨어져 포즈했다.

이 회장은 한 총리와 행사장을 먼저 빠져나갔다. 이날 이 회장은 개식사를 했는데, 유 장관은 행사가 끝난 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지도자 전원에게 보내는 격려 편지를 전달했다. 선수단 대표인 구본길과 김소영이 받았다. 결단식 이후에도 둘은 이렇다 할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는 지난해 10월 유 장관 취임 이후 각종 사안을 두고 문체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달 유 장관이 “체육회 중심 시스팀에 한계에 다다랐다”며 종목 단체, 지역 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지원할 뜻을 밝히면서 이 회장이 발끈했다.

그는 최근 두 차례 문체부를 향해 “국정 농단 세력이 부활했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 장관 역시 지난 2일 “8년간 이 회장이 마음대로 했지만 경기력은 나빠졌다. 국회에서 들을 얘기(국정농단)를 체육인이 하는 건 아니다”고 공개 비난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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