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많은 이들이 ‘2루 불가 판정’을 내렸다. 실제로 1루 미트도 많이 착용했다. 올시즌은 특히 그랬다. 노장 감독과 만나기 전까지 그의 포지션은 1루수 혹은 지명타자였다. 국가대표 2루수였고 2루수 골든글러브도 세 차례 수상했는데 이는 과거의 영광으로 묻어둬야 할 것 같았다. 한화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34) 얘기다.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6월3일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과 회식 자리가 반전 시작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안치홍이 먼저 김 감독에게 2루수 복귀를 건의했다. 김 감독은 “치홍이가 2루 수비를 준비해야 하는지 먼저 묻더라. 그래서 당연히 준비하라고 했다”고 돌아봤다.

안치홍은 사령탑 데뷔전인 6월4일 수원 KT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2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에서 첫 2루수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세 차례 출루하며 김 감독 데뷔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안치홍은 1루와 2루를 오가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됐다. 낯선 모습은 아니다. 전 소속팀인 롯데에서도 3년 동안 1·2루를 오갔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주전 2루수가 됐다. 한화 또한 이때부터 팀 전체가 불망방이를 휘둘렀다.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재현하듯 다득점으로 완승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대전 삼성전부터 지난 2일 대전 KIA전까지 7연승. 3일 대전 KIA전에서 졌지만 다음 경기인 6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해 연승 후유증을 지웠다.

이 기간 8승 1패. 안치홍은 9경기 중 8경기에서 2루수로 출장했다. 한화 팀타율은 0.335로 리그 1위. 팀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882로 1위다. 경기당 평균 8.56점을 뽑으며 타격의 힘으로 시원하게 승리했다. 안치홍 또한 최근 9경기 타율 0.424 OPS 0.989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구심점이 됐다.

과거 2루 수비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도 선수는 전성기 시절을 잊지 못한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안다. 한화 타자 중 가장 꾸준한 안치홍을 살리는 방법이 2루 기용에 있다고 봤다. 안치홍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가장 강한 타선을 구축하는 데에도 ‘2루수 안치홍’이 정답임을 내다봤다.

그러면서 베스트9을 완성했다. 요나단 페라자(지명타자)~김인환(좌익수)~김태연(우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안치홍(2루수)~하주석(유격수)~최재훈(포수)~장진혁(중견수)으로 매 경기를 치른다. 8번 포수 자리가 선발 투수에 따라 이재원으로 바뀌고 9번 중견수 자리에 이원석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기본적인 뼈대를 구축했다. 전반기 내내 공격 중심 라인업과 수비 중심 라인업을 오갔는데 ‘공격 올인’ 라인업으로 답을 찾았다.

물론 공격이 전부는 아니다. 리드를 잡고 점수 차를 벌리면 수비 중심 라인업으로 바뀐다. 이도윤과 황영묵이 내야 센터 라인에 들어간다. 코너 외야에도 이원석을 투입해 수비 범위를 넓힌다. 자연스럽게 체력까지 안배되면서 베테랑과 신예, 공격 중심 라인업과 수비 중심 라인업이 시너지 효과를 이룬다.

이전에도 그랬다. 김 감독은 특유의 선굵은 야구를 통해 반전을 일으켰다. 리빌딩에 돌입한 줄 알았던 두산을 우승 후보로 이끌었다. 신생팀 NC도 가을 야구 단골손님으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그다음은 한화다. 긴 암흑기에 전환점을 찍으려 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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