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서건우(21·한체대)는 무대 뒤에서 무너졌다.

서건우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동메달결정전에서 에디 흐르닉(덴마크)에 0-2(2-15 8-11) 패하며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서건우에게는 어느 때보다 긴 하루였다. 16강에서 서건우는 호아킨 추르칠(칠레)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1회전 패배 후 2회전을 16-16으로 마친 가운데 주심은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한국의 항의 후 뒤늦게 살펴보니 집계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어 서건우의 승리로 판정이 반복됐다. 서건우는 3회전에 압도적으로 승리해 8강에 갔다. 8강에서 서건우는 엔히키 마르케스 페르난지스(브라질)에 2-0 승리했다. 4강만 통과하면 금메달을 노릴 수 있었지만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의 벽을 넘지 못해 동메달결정전에 섰다. 한 관문만 통과하면 포디움에 서는 상황에서 서건우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서건우는 방송,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채널과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내 취재진 앞에서는 말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근처에 있던 스태프를 마주한 그는 감정이 무너진 듯 오열했다. 덴마크 코칭스태프가 다가와 위로했지만 서건우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이후 여러 관계자와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경기에서 패배한 직후 오혜리 코치에게 안겨 울 때보다 더 격한 모습이었다. 어렵게 대회를 준비했는데 메달을 목에 걸기 직전에 아쉽게 4위에 그쳤으니, 서건우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 20대 초반인 서건우의 눈물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서건우는 취재진에게 “잠시 다녀오겠다”라고 말한 뒤 한참 후에 공동취재구역으로 돌아왔다.

서건우는 “졌지만 다음에는 이 체급에서 꼭 1등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며 “관중도 많고 지기는 했지만 재밌었다. 시합을 한 번 더 뛰고 싶다는 생각 들었다. 즐겁게 뛰었지만 마지막은 아쉬운 결과가 나와서 즐겁게 뛰고 돌아가서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노력할 때 얻는 고통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고통이 크다. 내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했다”라는 각오를 얘기했다.

다시는 패배의 슬픔으로 인해 울지 않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서건우는 “태권도를 시작한 후 이렇게 울어본 건 두 번째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그랬다”라면서 “이제 다시는 슬퍼서 울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기뻐서 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아픔을 남긴 올림픽이지만 서건우는 이 체급에서 도망갈 생각이 없다. 그는 “이 체급에서 계속 도전하겠다”라며 “닥공(닥치고 공격)은 이어 나가는 대신 보완하고 변화하겠다”라며 더 나은 선수로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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