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오징어게임’이 시즌 1, 2를 관통하는 규칙은 ‘데스매치’다. 게임에 통과한 자 1인이 죽은 455명의 목숨값과 살아남은 자신의 가치를 더해 456억원을 거머쥐었다.

생명을 담보로 쟁취한 상금을 쟁취한 기훈(이정재 분)은 이 돈을 손도 대지 못했다. 미국행 비행기를 올라타려다 뒤를 돌아봤다. 안락한 삶을 포기했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파괴한 프론트맨을 잡겠단 일종의 신호이자, 동시에 시즌2를 알리는 트리거다.

이정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친구가 죽고 마음이 갔던 사람이 죽어서 생긴 돈인데 어떻게 마음 편히 잘 쓸 수 있겠냐”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게 된 건 그것이 무엇이 됐든 잘 누릴 수 있을까. 당연히 못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저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훈의 속내는 동네 친구인 정배(이서환 분)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나왔다. “너는 왜 그 돈을 갖고 다시 들어왔냐”고 묻는 정배에게 기훈은 “넌 내가 네 앞에서 죽고 그 돈 네가 가지고 나가면 어떨 거 같냐”고 반문한 것. 기훈이 게임에 돌아오게 된 강력한 개연성을 제공한다.

때문에 기훈은 시즌2 내내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임했다. 시즌1 때 다소 밝고 우둔한 웃음마저 지어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심각하게 보이는 게 부담스러웠죠. 시즌 1에서는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시즌1 때 밝은 모습을 찾아서 보여드릴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나 시즌 2,3에서 보여드릴 게 그런 모습이 아니라는 게 명확했어요. 다양한 감정에서 오는 재미는 다른 캐릭터가 나눠서 할 수밖에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다른 동료들이 맡은 바에 충실히 임했어요.”

‘오징어게임’은 이정재의 연기 인생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지만, 정작 초반에는 모두가 말린 작품이었다.

이정재는 “기훈이란 캐릭터가 너무 지질하지 않냐고 해서 회사에는 안 했으면 했다”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서바이벌 게임이 강조된 게 아니라 캐릭터의 애환이 잘 녹여져 있었다. 기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선한 마음을 가진 소시민이 이 사회를 살기 위해 사람을 믿어야 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주제가 잘 보여서 꼭 하고 싶었다. 저는 고민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1 촬영 당시 시즌2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늘날의 영광을 미처 예견하지 못한 건 감독이나 배우나 마찬가지였다.

이정재는 “황 감독께서 누차 시즌2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웃어 보이며 “시즌2는 성공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좋게 본 건 인간의 선택에 관한 질문과 고민이었다. 많은 분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시즌3까지 잘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S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