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무려 670억원. 환율에 따라 증감될 수도 있지만, 속칭 ‘넘사벽’이다. KBO리그 유일의 ‘자급자족 구단’ 히어로즈 얘기다.
김혜성(26)이 LA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달러(약 320억원)에 계약해 히어로즈 출신 다섯 번째 빅리거가 됐다.
김혜성은 40인로스터 확정 계약이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물론 다저스 주전 2루수 개빈 럭스가 7일(한국시간)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돼 개막전 로스터 합류도 노려볼 만하다.
그렇더라도 계약기간이 2029년까지이고, 여전히 성장 중인 점을 고려하면, 빅리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히어로즈 출신인 강정호가 2014년 피츠버그와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산실’은 단연 광주제일고였다. 1세대 빅리거로 꼽히는 서재응(NC수석코치) 김병현, 최희섭(KIA 2군 타격코치)을 배출했고, 한·미·일 무대를 섭렵한 임창용이 강정호의 고교 선배다.
MLB닷컴이 그 비결을 찾기 위해 광주일고를 탐방하는 등 나름 ‘빅리그 특목고’처럼 여겨졌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ML) 진출을 기점으로 ‘광주일고 철옹성’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2015년 박병호가 미네소타에 둥지를 틀었고, 2020년 김하성, 지난해 이정후에 이어 김혜성까지 빅리그에 둥지를 틀며 KBO판 ‘메이저리거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강정호라는 교집합으로 광주일고와 히어로즈가 나란히 다섯 명씩 배출해 더욱 눈길을 끈다.
히어로즈가 다섯 명의 빅리거를 배출해 벌어들인 수익(이적료)은 최대 4605만여 달러로 약 670억원이다. 한화가 ‘최고액 제시 단독협상’ 시절 류현진 한 명으로 2574만달러 가까운 돈을 한 번에 벌어들였지만, 히어로즈는 물량으로 이를 넘어섰다.
KBO리그에서는 일명 ‘탱킹’ 논란에 시달리는 팀이지만,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꿈을 좇을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색깔이 또렷하다. 1000만 관중시대라지만, 통합마케팅 실패와 샐러리캡 도입 등으로 구단의 주머니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성적은 내야하는 ‘대기업 구단’들은 신인 지명권을 포기하고, 현금트레이를 해서라도 선수를 보강해 5강이라도 진출해보려고 사활을 건다.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좁은 우물에서 복닥거리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탓이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감독은 기본이고 단장 사장도 직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다르다. 경영에서 손 뗐다고는 하나, 시스템 자체를 ‘해외 세일즈’로 포커싱했다. 창단 8년 만에 첫 메이저리거를 탄생시키더니 야수로만 다섯 명을 ‘수출’했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 해외 판로 강화에 사활을 거는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팀 성적보단 글로벌 전략(?)이 돋보이는 ‘자급형 비즈니스 구단’ 히어로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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