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머리를 곱게 묶은 얼굴에는 빨간 루즈가 발라져 있다. 손톱에는 검은색 네일이 있고, 말투는 다소곳하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속 현주(박성훈 분)의 인상이다. 놀랍게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출신이다.
현주는 트렌스젠더 수술이 완료되지 않아 수술비를 벌기 위해 게임판에 들어온 인물이다. 수술을 마친 뒤 태국에서 살 계획을 하고 있다. 누구도 쉽게 설득하기 어려운 설정의 역할이지만, 박성훈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캐릭터를 완성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양극단을 오고간 인물이란 점이 어려운 대목이다. 특전사 중사 출신이자 여성성이 급격히 높아진 트렌스젠터라는 기발한 설정을 구현해야 하는 건 박성훈의 몫이다. 현주는 전사만 써봐도 버거움이 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성성을 어떻게 감추며 살아갔을지, 상상만으로도 안쓰럽다.
늘 편견에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 현주는 많은 것을 이겨낸 듯 존중하는 태도로 타인을 대한다. 누구보다도 포용력이 크고, 인간적이며 정의롭다.
또 하나는 여성성보다는 극단적인 순간에 튀어나오는 본성에 집중한 점이다. 영리한 해법이다. 억지로 과잉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매순간 인간 현주로 존재하려 했다. 덕분에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스며들게 됐다.
5인6각 경기에서 지속된 실패에 포기하려는 무당(채국희 분)의 뺨을 실컷 때리고 정신을 차리게 하는 장면이나, 흔들리는 영미(김시은 분)에게 용기를 복돋아주는 얼굴, 영미를 놓친 것에 오열한 뒤 명기(임시완 분)와 멱살 잡고 싸우는 대목, 게임장 가드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시퀀스 등에서 여성성을 애써 드러내지 않고 현주를 표현했다. 연기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
박성훈의 장기는 악역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전재준과 ‘눈물의 여왕’ 유은성으로 이어지는 광기는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오징어게임2’에서는 완벽한 변신이다. 광기는 온데간데 없이, 리더십 있는 멋진 인간만 남아있다.
데스매치 장르라는 점에서 ‘오징어게임’ 속 인물은 꾸준히 죽어간다. 다행히 현주는 생존해 있다. 성기훈(이정재 분)을 중심으로 한 반란군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특전사 출신 현주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를 놓고 막을 내렸다.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오징어게임3’에 더 큰 감동이 있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박성훈이 그린 현주가 어떤 활약상을 펼칠지 궁금증이 치솟는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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