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도현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전에서 3회초 카운트 0-2에서 이재현에게 3구째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 이 공이 ABS 존 하단을 걸치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사진 | 티빙
KIA 김도현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전에서 3회초 카운트 0-2에서 이재현에게 3구째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 이 공이 ABS 존 하단을 걸치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사진 | 티빙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투수에게 유리하지 않을까요?”

의외의 분석이다. 시범경기를 치르는 각팀 사령탑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다득점 경기도 많고 이른바 빅이닝 경기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투수에게 유리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조금 더 많았다.

KBO리그 개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개막전 티켓은 이미 동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KBO리그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다른 종목 관계자들의 부러움 섞인 푸념(?)이 들릴 정도다. 실제로 주말 시범경기는 매진사례가 속출했고, 평일에도 인기팀 경기는 수천 명이 운집한다.

SSG 2025 스프링캠프지 불펜장에 설치된 가상 스트라이크 존. 사진 | SSG 랜더스

인기를 유지해야 한다. 경기 자체의 흥미를 높이는 건 선수들의 몫이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시간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자구책을 내놓았다.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을 조정했고, 피치클락을 도입해 빠른 경기 진행을 독려했다.

현장에서 ‘투수에게 유리한 시즌’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KBO의 노력 덕분(?)이다.

피치클락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시행 중이므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주자가 없을 때 20초, 있을 때 25초는 생각보다 길다. 구장 곳곳에 설치한 ‘초시계’는 투구동작을 시작하는 순간 사라지는데, 대부분 투수가 10초전 초시계를 끈다. 관중들이 이른바 ‘카운트다운’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살짝 아쉬울 정도다.

2025년 KBO리그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을 하향 조정했다. 사진ㅣKBO

문제는 ABS다. 지난해보다 1㎝가량 낮췄다.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크게 느낀다. 무엇보다 ‘낮은 공’에 대한 ‘멘붕’이 시범경기에서부터 드러난다.

투수판 1루쪽을 밟고 던지는 왼손 투수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던진다고 가정하자. 포심 패스트볼이 제대로 제구되면, 포구 위치는 홈플레이트와 우타자 배터박스 사이 정도 된다. 무릎 아래로 날아든 것 같은데, ABS는 스트라이크 콜을 한다. 이런 공은 배트를 내밀어도 파울이라, 타자로서는 ‘나이스볼’을 외칠 만하다.

SSG 2025 스프링캠프지 불펜장에 설치된 가상 스트라이크 존. 사진 | SSG 랜더스

문제는 같은 코스를 파고는 슬라이더나 커브다. 떨어지거나 휘는 각이 큰 구종이다. 포구하는 포수 미트 위치는 무릎 언저리가 아닌 발목 높이다. ‘무조건 볼’이라고 판단한 타자는 주심의 힘찬 “스트라이크” 콜에 화들짝 놀란다.

그렇다고 타석을 벗어날 수도 없다. 피치클락 때문이다. 야구는 철저한 ‘멘탈스포츠’여서 ‘무릎 아래로 날아들어도 스크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는 순간, 자기만의 S존이 무너진다.

KIA 김도영이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2024 KBO 한국시리즈 1차전 6회말 1사 헛스윙 삼진아웃을 당하고 있다. 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따라다닐 수밖에 없으니,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는 ‘낮게 던지는 투수가 몇이나 되는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대충 비슷하게만 날아들어도 배트를 내밀어야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면, 참을 수 없다.

1㎝ 차이가 만든 결괏값은 시즌 판도를 흔들 수 있다. KBO리그 판세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게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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