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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화가 한 시즌 만에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팀 체질을 바꿔가는 중인 한화는 부진과 함께 베테랑 홀대로 비난을 받고 있다. 완성형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대대적 리빌딩에 들어간 한화로선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한화는 지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다. 선발진이 짜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펜야구를 펼치며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기적이 2년 연속 지속되기 어려웠다. 선발진 구성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던 이태양, 박상원 등의 불펜진 견고함이 떨어지고 있다. 성적 부진에도 지난해 주전 2루수 정은원을 발굴해낸 것처럼 올시즌 역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베테랑들의 잇따른 이탈과 연계되며 비난을 받고 있다.
올시즌 한화는 2019 고졸 신인 삼총사 내야수 변우혁(1차)과 노시환(2차 1라운드 3순위), 외야수 유장혁(2차 2라운드 13순위)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노시환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지만 최근엔 외야수 유장혁이 선발출전 중이다. 정근우가 최근 부진에 시달리자 유장혁을 선발라인업에 넣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들을 과감히 기용하고 있는 한화다. 2016 2차 4라운드 39순위 외야수 장진혁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그러나 두드러진 활약을 이어가며 정은원처럼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마운드 역시 김범수 외에 젊은 투수들의 약진은 보이지 않는다.
리빌딩의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보이지 않는 베테랑들의 빈 자리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커보일 수밖에 없다. 잇딴 베테랑들의 이탈 움직임까지 되새김질하듯 복기되면서 구단 차원의 베테랑 홀대가 독수리의 날개를 꺾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불펜투수 권혁이 두산으로 옮겼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용규는 갑작스런 트레이드 요청으로 팀 분위기를 해쳐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았다. 베테랑들의 이탈로 한화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권혁의 경우 시즌 중간 좌완 불펜요원으로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방출을 요청해 난감해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뒤 한화는 결국 권혁의 뜻을 존중하고 풀어줬다. 현재 한화 불펜의 핵심 좌완투수는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면 임준섭 정도다. 이용규는 아예 한화의 시즌 운용 계획을 망가뜨렸다.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의 외야수 전향도 정근우와 교감을 갖고 진행한 것인데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과 2루수로 자리잡은 정은원을 믿고 진행한 플랜인데 하주석까지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꼬일대로 꼬여 버렸다.
타 팀의 한 코치는 “한화는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외부 선수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그 선수들이 이제 나이를 먹었고 자기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화에서 오래 뛰며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선수들이라면 잡음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송광민만 봐도 결국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맞춰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을 보면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FA들”이라고 꼬집으며 “한화처럼 전면적인 리빌딩을 할 경우 베테랑들의 도움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해시키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위권 추락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육성 기조를 꿋꿋하게 유지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리빌딩을 해가는 과정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서라도 멈출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태균과 송광민, 이성열 등 베테랑들은 지금도 팀의 중심을 잡으며 젊은 선수들을 끌어주고 있다. 노장들의 뒤를 준비하고, 빈약한 포지션에 긴 시간 책임질 젊은 주전을 안착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대적 리빌딩으로 인한 외풍(外風)에도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한화는 흔들림 없이 팀의 근간을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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