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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면담을 ‘여론무마용 청취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 보상안이 논의되는 기업은행 이사회를 참관하기 위해 기업은행 본점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 관계자 측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1일 오후 1시 서울 을지로 소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제5차 집회를 진행했다. 대책위 관계자 수십 명은 내리쬐는 땡볕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업은행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기업은행이 펀드를 사기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단순히 금융소비자로서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한 공기업 국책은행의 불법적 사기행각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민적 신뢰를 바로 세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 책임의 출발이 사기판매 피해자에 대한 계약을 무효로 하고 원금을 보장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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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가 ‘기업은행 나쁜놈들. 평생 모든 피 같은 돈 다 날렸다’라고 적힌 피켓으로 땡볕을 가리고 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portsseoul.com

이어 “지난 8일 윤 행장과의 간담회는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하고 무산됐다. 윤 행장은 간담회 전부터 무언의 압박으로 간담회 성격을 축소시켰고 결국 피해자 ‘소원수리 청취쇼’로 만들었다. 윤 행장은 간담회에서 이사회와 금융감독원에 책임과 결정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고 국책은행장으로 자질과 리더십이 의심스런 언동으로 일관했다. 특히 펀드사기 피해자들을 투자자라고 표현하는 등 이번 사태를 애써 왜곡해려 했다. 이는 간담회에 대한 언론과 국민 그리고 피해당사자들의 염원을 외면하고 얕은 꾀를 발휘해 모두를 농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디스커버리펀드 피해배상 방식과 비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책위는 “피해자들의 문제를 당사자들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피해배상 의결에 앞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위와 협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사회가 시작될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기업은행 본점 유리벽에 ‘사기펀드 판매은행’, ‘사기위험 1등급 은행’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는 포퍼먼스를 펼쳤다. 유리벽은 단숨에 작은 종이들로 얼룩졌다. 대책위는 이어 이사회를 참관하기 위해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문을 열라”고 고성을 지르며 세차게 유리문을 흔들었고 굳게 닫혀 있는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기업은행 관계자들과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책위의 이사회 참관과 관련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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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이 기업은행 본점 유리벽에 ‘사기펀드 판매은행’ ‘사기위험 1등급 은행’ 등이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portsseoul.com

이 외에도 대책위는 기업은행 측의 다양한 사기판매 사례을 제시하며 “선지급이니 가지급이니 하면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농락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 우리는 분명히 요구한다. 신뢰를 배신하고 기망하면서 가져간 고객들의 소중한 돈을 당장 전부 내놔라. 단 1원도, 단 한 발짝도 양보를 요구하지 말라.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윤 행장을 내세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업은행 이사회는 이날 디스커버리 핀테크 글로벌(선순위)채권 펀드 투자자에게 ‘선 가지급, 후 정산’ 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 가지급 비율은 최초 투자원금의 50%다. 이번 안은 고객이 기업은행과 개별 사적화해계약을 통해 선 가지급금을 수령하고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최종 보상액과 환매 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세부적인 지급방법, 시기, 절차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추후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onplas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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