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캠프 김민수
‘용진캠프’ 김민수가 1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 뒤 촬영에 임하고 있다.

[글·사진 | 인천=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다니지 못하는 여행 크리에이터 ‘용진캠프’ 김민수(38)가 대리운전을 뛰고 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자처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김민수는 ‘나는 대한민국 대리기사입니다’를 외치며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여행 크리에이터가 아닌 대리운전 기사로 생활 중인 그의 모습에 한 걸음 들어갔다.

-대리운전 콘텐츠는 언제부터 한 것인가.

지난 2002년 스무 살 때 육군사관학교를 자퇴하고 방황하면서 이듬해 대리기사를 반년 정도 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3년 전 대리기사를 콘텐츠로 방송하겠다고 약속한 적 있던터라 방송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나는 대리운전을 하는 지금도 너무 즐겁다. 대리기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손님들과 만나 소통하는 자체가 좋다. 고객의 차가 내게는 살아 숨 쉬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700명 이상의 손님과 인터뷰로 인생 철학, 경험담, 세계관을 배웠다. 일하면서도 ‘내가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콘텐츠를 공유하다 보면 사람들에게도 말로만 내뱉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님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텐데.

부모님 두 분 모두 교육자다. 그래서 처음 내 모습을 보곤 항상 “한심한 놈”이라고 하셨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서울교육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보내놨더니 하라는 교사는 하지 않고 대리기사나 하고 앉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 말라고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의 기준이 남다른 것 같다.

사실 과거 오랜 시간 심하게 방황했다. 학창 시절부터 각종 불안 장애를 겪어서 심리상담센터를 오래 다니기도 했다. 가세가 기울었을 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나 스스로 공부해서 극복하려고 했지만 치료할 수 없었다. 강박이나 공황은 샤프로 뇌를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10을 기준으로 8~9까지 고통이 심했다. 글씨 쓸 때는 손이 떨리거나 손가락이 굳어지는 ‘서경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올라갈 때 웨인 다이어 작가의 ‘마음을 열면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책을 읽고 불안 장애가 괜찮아져서 육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퇴하지 않았나?

스무 살 당시가 2002년인데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빠져 자퇴했다. 게임을 하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어 불안 장애가 줄어드니까 더 빠져들었다. 하지만 자퇴하고 불안 장애가 더 심해졌다. 내 인생 최악의 시기라고 보면 된다. 어느 순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적 있다. 그러나 그 일 뒤로 많이 달라졌다. 아픔과 괴로움이 있어서 지금이 너무 행복한 것이다. 숨 쉬는 것조차 행복하다. 지금은 불안 장애가 하나도 없다.

용진캠프 김민수
‘용진캠프’ 김민수가 1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 뒤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삶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극적인 반전이 있었나?

자퇴 뒤 부모님의 잔소리를 피해 1년여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한 적 있다. 처음에는 PC방만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PC방 아르바이트부터 하역 등 여러 일을 두루 경험했다. 바다에 뛰어든 뒤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니 불안 장애가 극복됐다. 이렇게 복합적인 불안 장애를 극복할 수 있던 건 기적에 가까웠다고 본다. 이렇게 될 수 있던 건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하면서 걸어온 과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 시야도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대리기사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삶을 간접 경험하고 배운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못 나가지만 예전처럼 해외에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어딜 먼저 가고 싶은가.

파키스탄이나 과테말라를 고민 중이다. 두 나라는 한국인에게 낯설고 생소하면서 생방송 환경에 좋은 나라다. 교집합이 있다. 그래서 현지인과 교류하고 경험하지 못한 공간들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 여파로 100개국 여행 달성이 94개국에서 멈추긴 했지만 매년 30개국을 돌아다녔다. 여행 기준은 뭔가.

나는 여행지를 시청자들과 함께 선택한다. 내가 루마니아에서 여행 방송할 때 내 시청자 중 한 분은 사이프러스행 비행기표 티켓을 끊으라며 100만원을 후원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사이프러스로 가서 방송했다. 생방송으로 실시간 소통하다 보니 시청자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인터뷰하는 '세계일주 용진캠프'

-지금은 여행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관점이 있고, 다양한 생각과 문화가 존재한다. 오늘날 정치색에 따라 옳고, 그름이 가려지기도 하는데, 다양성을 인정하고 열린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인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변화의 기초다. 그래서 법적으로 갈 수 있는 모든 나라의 땅을 밟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시선을 바꾸고 싶다. 쉽게 말해 돈이 적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는 많이 떨어진다. 서로 경쟁하고 타인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시선을 바꿔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여행을 통해 얻은 철학은 무엇인가?

여행 중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스스로의 우리에 갇힌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여행을 하다 보니 나와 다른 세계관을 지닌 사람도 만난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흰 도화지에 다양한 색이 어우러지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어둡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선한 마음을 품은 사람도 많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세상도 충분히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환경 탓에 본업인 여행을 강제로 못한다. 코로나 종식을 대비해서 준비 중인 게 있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책 출판을 준비 중이다. ‘나는 대한민국 대리기사입니다’를 제목으로 쓰고 있다. 내가 세계 100여개 국을 여행하면서 깨달은 삶의 철학을 담으려 한다. 또 올봄에는 ‘고무보트로 대한민국 한 바퀴’라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고무보트로 대한민국을 여행한 사람이 없다더라. 우리나라에는 무인도를 포함해 3000여개의 섬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캠핑도 하고 섬의 어르신들에게 봉사도 하고 싶다. 생방송으로 후원금을 받아 기부하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그래서 방송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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