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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배우 허성태가 국내 악역 1번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태세다.
‘괴물’은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경찰들의 이야기로 등장인물 모두가 괴물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허성태는 가장 나쁜 두 빌런으로 최종회를 장식한 이창진 역을 그리면서 악당으로서의 무서운 매력과 더불어 묘한 친근감을 주는 인간미로 극에 색다른 활력을 줬다.
무엇보다 이번 드라마에서 대학 때 전공한 러시아어를 십분 활용하며 그의 ‘뇌섹미’를 뽐내기도 했다. 대기업 영업사원이던 시절 직접 러시아에서 실력을 발휘한 바 있는 허성태는 “러시아 땅에 떨어져도 굶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전공하던 시절부터 러시아어를 좋아했다. 경시대회도 나가서 3등 했다”고 밝혔다. 절친의 아내가 러시아인이어서 이번 드라마 동안 대사를 감수받기는 했지만 간단한 말은 직접 애드리브로 구사하기도 했다.
이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는 그는 “저는 좀 신기했던게 제 대사 중에 글로 보면 이게 과연 재밌을까 했던 것들이가 늘 반응들이 좋았다. 그래서 (김수진)작가님이 대단하다 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대사가 통과하는 중간 역할인데 글이 이렇게 표출됐을 때 반응되는 것에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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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드라마는 많은 배우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의 열연을 지켜본 허성태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는 “신하균, 여진구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관전하는 기분이었다. (이창진이)취조당할 때 두 사람이 티키타카 하는 거 보면 정말 재밌었다. 또 재희 역할의 최성은과 검사 역할의 권혁 두 친구를 보면서는 날것이 너무 잘 보여서 부러웠다. 우리 드라마 모든 배우들이 다 준비 잘 하고 잘 보여줬지만 그 날것은 준비한다고 나오는게 아니어서 그 날것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만일 이창진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어떤 배역이 꼽을까 물었다. 허성태는 “그동안 악역을 많이 했다. 그리고 꼭 주연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시청자 입장에서 ‘괴물’을 보게 되니까 한주원(여진구 분)과 이동식(신하균 분)의 정의로움, 인간다움을 느끼며 울림이 있었다. 나도 그런 종류의 울림을 주고 정의로운 역할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주연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캐릭터 변신에 대한 욕심이 느껴지 듯했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위치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혹시 악역으로 정점을 찍으려는 것일까 물었더니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는 정도다. 제가 준비만 돼 있으면 되는 것”이라면서 “악역에서는 이미 내가 1번인 것 같다. 이게 큰 복이다. 이런 타이틀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걸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하다가 반전을 보여주면 그게 정말 큰 반전일테니까 난 복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초 부친상을 당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항상 어머니에게 말하는게 ‘행복하다 하지 말고, 천만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자’ 한다. 얼마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가신 슬픔 이런 건 뒤로 하고 천만 다행이라고 또 생각한게 장례식을 하면서 느낀게 ‘지금도 단역이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여러 작품 하고 있다는게 천만 다행이구나. 우리 아버지가 덜 초라하게 가셔서 천만 다행이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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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작품 행보를 이어가는 중인 허성태는 ‘괴물’에 앞서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공개를 기다리는 가운데 차기작도 정해두고 한달뒤면 또 다시 새로운 촬영에 돌입한다. 쉼없이 작품을 한다는 말에 허성태는 “한달은 쉬고 한다”며 웃으면서 “살을 빼려고 한다. 엤날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괴물’때 90㎏이었고 촬영 끝내고 2주만에 7㎏쯤 뺐다”면서 “작년 ‘오징어 게임’에서 황동혁 감독님이 큰 몸집을 원해서 15㎏ 키워서 했는데 ‘괴물’ 때도 지금 피지컬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해서 큰 몸집을 유지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사니까 너무 힘들어서 지금 막 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좀 슬림한 모습으로 변신을 꾀할까. 허성태는 “‘히트맨’이나 ‘왓쳐’ 때는 77㎏였다. 너무 빼면 없어보여서 그정도가 좋은 것 같다. 이창진 때 턱선이 안보이니까 자괴감이 들었다. 턱선은 보여주자 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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