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샤크: 더 비기닝'으로 비중 있는 역할은 처음 맡아봤어요. 전엔 오래 촬영하지 못하니 아쉬웠는데, 이번엔 촬영 끝까지 함께하다 보니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죠."


배우 배명진이 눈을 반짝이며 영화 '샤크: 더 비기닝'에 애정을 표현한 대목이다. 지난달 OTT 플랫폼 티빙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학원물로, 뜻밖의 사고로 소년 교도소에 수감된 학교폭력 피해자 차우솔(김민석 분)이 종합격투기 챔피언 정도현(위하준 분)을 만나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명진은 소년 교도소의 목공반장 이원준 역을 맡아 거친 카리스마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사실 이원준 역할이 주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배명진은 "제 인지도가 낮아 비중 있는 이원준 역은 연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노렸는데, 이원준을 연기하게 돼 좋기도 하면서 부담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투리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꼬옥 맞는 옷을 입은 듯 소화력이 좋았다고 반응하니 "저는 부산 출신이다. 감독님이 제가 사투리로 연기하면 정서 전달이 더 잘 될 것 같다고 판단하셔서 대사를 사투리로 바꿔주신 거다. 그래서 연기할 때 너무 편했다. 사투리로 전달할 수 있는 그만의 정서가 있다"며 비하인드도 전했다.



작중 폭력적이고 다혈질인 이원준을 생동감 있게 체화한 배명진. 죄수복을 입은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아무리 온화한 사람도 폭력적인 이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론 다 좋아 보여도 내면엔 여러 얼굴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도 제 안의 비슷한 부분을 가지고 오려고 했다. 이를테면 학창 시절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에게 분노했던 감정을 떠올렸다. 내 안의 여러 모습 중 가장 최적화된 걸 가지고 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배명진은 이번 작품으로 김민석, 위하준, 이정현 등과 호흡했다. 극에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지만 현실에서는 브로맨스를 꽃피웠다고. 배명진은 "제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모두 '형'이라고 불러주며 잘 따라줬다. 저를 편하게 대해줘 저도 동생들이지만 친구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또 "실감 나는 액션을 위해 촬영 때 실제로 때리기도 했다. 제가 (김)민석이를 터치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세게 때려도 되니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 프로다운 모습에 놀랐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따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도 됐다"라고 덧붙였다.


배명진은 뮤지컬 무대에도 수차례 섰을 정도로 끼가 많은 배우다. 대학교도 뮤지컬과를 전공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받는 걸 좋아했다. 무대나 노래자랑하는 걸 보면 피가 끓는 느낌도 받았다. 고3 때 이를 직업으로 살릴 수 있을까 싶어, 1년 준비하고 뮤지컬학과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그 마음도 돌린 배명진이다.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촬영을 마쳤고, JTBC '기상청 사람들' 출연도 앞두고 있다.



다작에도 속도가 붙으며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는 그는 "나중에 큰 역할이 들어오면 그땐 한 작품에 집중하는 게 좋겠지만, 지금은 충분히 만족스럽다"며 "스스로에게 당당한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3년 전쯤 '나는 왜 일이 풀리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 적 있는데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까'가 아닌, 나 자신에 당당해지면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앞으로도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배우로서 진솔하게 연기하면, 그 진심이 관객에게도 전해질 것 같다"며 단단한 자세를 드러냈다.


같은 소속사 선배 한석규의 조언도 그에게 연기 이정표를 줬다. "'어떤 역할을 맡든 조금씩 성장한다면 더 큰 역할이 주어질 거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면 원동력이 된다'고 하셨다. 5년 전 이 말을 들었을 땐 머리로만 이해했는데, 요즘 제 가슴을 울리고 있다. 공감이 된다.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놨고, 역할 크기를 떠나, 제가 배우로서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사진ㅣ클로버컴퍼니, '샤크 : 더 비기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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