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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왼쪽 가슴에 있는 태극기를 도쿄에 꽂고 싶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에 나서는 ‘김학범호’ 중원의 핵인 1997년생 동갑내기 원두재(울산 현대)와 김동현(강원FC·이상 24)은 다부지게 말했다. 둘은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을 이틀 앞둔 11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도쿄에 가기 전 강한 상대를 스파링 파트너로 만나는 건 우리의 부족한 점과 더 잘할 수 있는 점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두재와 김동현은 올림픽팀 전술의 핵심 요원이다. 기동력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김 감독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90분 내내 엔진 구실을 해야 한다. 누구보다 많이 뛰면서 상대 공격의 일차 저지선이자 공격의 시발점 노릇을 해내야 한다. 김학범호가 아니더라도 수비형 미드필더, 그것도 호흡이 잘 맞는 더블 볼란치의 존재는 한국 축구가 주요 메이저 대회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중대한 구실을 했다. 9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가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기성용과 박종우가 3선에서 엔진 구실을 했다. 박종우가 중원에서 폭넓은 활동량으로 싸움닭처럼 뛰며 상대 공격을 제어했다. 그리고 기성용이 수비에 힘을 보태면서도 공격으로 전진하며 여러차례 키패스를 뿌렸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원두재와 김동현에게 이러한 몫을 기대하고 있다.
둘은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김학범호’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했다. 원두재가 후방에서 든든하게 방패 구실을 했고 김동현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공·수에서 제 몫을 했다.
원두재는 “김 감독께서 요구하는 건 중앙 수비 앞에서 많이 뛰면서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과 전진 패스”라고 강조했다. 김동현은 “두재가 말한 것처럼 감독께서는 중앙 수비를 보호하고 다른 포지션보다 많이 뛰는 것을 중시한다. 또 기본에 충실히 하는 것, 성실한 자세를 얘기하시는 데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무대를 집어삼킨 원두재와 김동현은 세계 무대에서 제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을 크게 의식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김동현은 “본선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지난 2년간 해온 것처럼 성실하게, 자신있게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했다. 원두재도 “나 역시 특정 대회라고 해서 힘을 더 들이지는 않겠다. 우리가 해온 것을 믿는다. (올림픽에서) 더 파이팅하면서 부딪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무대에서는 좀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임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원두재는 9년 전 런던 대회 당시 사령탑을 지낸 현 소속팀 울산의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응원 메시지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 감독께서도 경험을 해보셨기에 대회 중요성을 잘 아신다. 내게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이니 부상 없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내심 올림픽 맹활약을 통해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에서 자신을 최상단으로 올리고 싶다고 웃었다. 현재 인물 검색에 ‘김동현’을 입력하면 UFC 파이터 겸 방송인 김동현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그는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이면 한 번쯤은 (내가) 메인에 오르지 않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둘 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는 만큼 머릿속에 그리는 게 많다. 김동현은 “경기장엔 11명이 나간다. 그리고 벤치에 7명이 앉고, 나머지 4명은 운동장 밖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잘 되기를 바라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왼쪽 가슴에 있는 태극기를 도쿄에 꽂고 싶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두재는 “먼 미래를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동현이 말처럼 우리가 메달을 따는 게 현실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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