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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국민타자’ 이승엽(45·전 삼성)이 생애 첫 신인상을 받았다. 2000년대 후반 KBO리그 좌우 에이스로 군림하던 류현진(34·토론토) 윤석민(35·전 KIA)이 모처럼 한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야구가 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노출이 흥행 재개를 위한 밀알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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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위원은 지난 18일 전파를 탄 S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1995년 고졸(경북고) 신인으로 삼성에 입단해 KBO리그 홈런·타점 기록을 새로 쓴 ‘국민타자’이지만, 신인상을 받은적은 없다.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전향했고 루키시즌 121경기에서 13홈런 73타점 타율 0.285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신인왕은 팀 선배였던 이동수에게 돌아갔다. 프로데뷔 26년, 은퇴한지 4년 만에 비록 야구는 아니지만 신인상을 받으며 두 번째 전성기를 예고했다.
이 위원에게 신인상을 안겨준 프로그램은 최근 대세로 떠오른 골프예능이다. 다양한 게스트를 초청해 편을 갈라 대결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18일에는 프로야구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의 올해 첫 예능 나들이였는데, 절친이자 프로골퍼에 도전 중인 윤석민이 동반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26)과 피츠버그 박효준(25)도 모처럼 안방 시청자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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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인기가 좋을 때는 선수들의 예능 나들이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심지어 몇몇 야구 관계자는 “훈련이나 하지…”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선수들이 예능에 출연해 희화하면 야구인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시즌 800만 관중을 돌파해 1000만 시대를 바라볼 때 얘기라 예능에 출연하는 것보다 메이저리그나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게 야구 인기를 유지하는 직접적인 방법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야구 인기는 급속도로 식었다. 코로나 여파로 ‘직관’에 제약이 걸린 것도 악재였지만, 경기력이 떨어진데다 긴 시간 때문에 10~20대 젊은 세대에게 외면을 받는 게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인 동영상 플랫폼이나 ‘짤방’ 등의 콘텐츠을 활용할 수 없는 점도 한몫했다. ‘재미와 폼’을 모두 충족해야 눈길을 사로잡는 요즘 세대 문화에 프로야구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인기하락의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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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후(23·키움) 구자욱(28·삼성) 등은 “야구 인기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내 또래 친구들만 해도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초·중학교 학생들은 야구를 몇 명이 하는지, 아버지(이종범)가 어떤 선수였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선수들은 인기 하락을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예능에 나간 야구인들의 모습은 ‘짤방’으로 제작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현역시절 활약상도 재조명될 수밖에 없다. 김하성 이정후 구자욱 등 현역 선수들은 잘생긴 외모까지 조명을 받아 새로운 ‘덕후’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는 어쨌든 인기가 저변확대로 이어진다.
월드컵 영웅 안정환, 국보급 센터 서장훈 등 다른 종목 레전드는 이미 활발한 예능활동을 하고 있다. 덕분에 본격적인 축구, 농구 예능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노출과 관심은 정비례하는 만큼, 야구인들의 활발한 예능 나들이를 기대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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