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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힘 빼지 마세요. 한국 스포츠, 안바뀌어요.”
힘 빠지는 얘기이지만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역부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정부도 기업도 관심을 두지 않는데, 프로스포츠의 산업화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소귀에 경 읽기가 차라리 낫다.
출범 40주년을 맞은 KBO리그는 올해도 적자구조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재확산 탓에 관중수익이 급감할뿐더러 내수침체로 광고 판매 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야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니 기업이 야구장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골프쪽에 투자하는 게 효율성면에서 이득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러모로 야구는 사양산업처럼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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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KBO리그 산업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뿐이다. 야구 관계자뿐만 아니라 체육계 인사들은 누구랄 것 없이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끝에는 항상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구단 관계자들조차 “뚫어야 할 유리천장이 너무 두껍다”며 고개를 흔든다.
프로야구단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운영 중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창단한 프로스포츠 단체는 목적이 수익 창출이 아니다. 기업 임원 중에서 퇴진을 앞두고 마지막 거처로 삼는 곳이 야구단 대표이사 자리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회공헌활동은 비영리사업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최근 몇몇 그룹을 중심으로 ‘야구단이 자생할 길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업 홍보를 위한 광고비 형태로 구단을 지원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사회공헌 사업인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매체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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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인 모기업이 바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줘서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달라’는 것뿐이다. 구단이 직접 영업활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그룹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최상의 경기력으로 성적을 내 연고도시를 넘어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발돋움하는 게 구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케팅이다. 그러니 겉으로는 ‘적자라 긴축경영을 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프리에이전트(FA) 영입에 수백억을 쏟아붓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의 인식도 비슷하다. 야구장은 다중이용시설인데, 2~3만 명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더 없는 표밭이다. 선거철만 되면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다가도 끝난 뒤 조례, 예산, 시민단체 반발 등을 핑계로 ‘없던 일’로 돌리는 행태를 수십 년째 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야구단 자생을 포함한 스포츠 산업화에 관심이 없으니 만성적자 구조를 개선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 그저 현상 유지만 해도 성공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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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누군가는 사업화를 위한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야구단 하나로 창출할 수 있는 경제효과는 생각보다 많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SSG 랜더스를 창단하며 “세상에 없던 구단을 만들겠다”고 자신한 것도 기업 경영인 입장에서 들여다본 야구단의 가치가 운영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야구단이 자생하는 것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해야 침체한 스포츠 시장을 살릴 수 있다. 한국은 스포츠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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