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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IA 나성범(33)이 미디어를 통해서나마 홈팬에게 인사했다. 친정팬에 대한 미안함도, 전소속팀에 대한 고마움도 가감없이 표했다.
나성범이 KIA팬을 설레게 했다면, 두산팬은 아쉬운 소식을 접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왼손 투수 최다승(101승) 기록 보유자인 유희관(36)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유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적이 좋을 때나 부진할 때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모든 팬께 감사하다. 시즌고민을 많이 했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KT 이대은(32)이 깜짝 은퇴를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은퇴 시기를 두고 고민하던 이대은은 구단과 충분한 상의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 과정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팬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유년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야구 선수’로만 살던 인생을 간단히 정리하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 사연이 있고, 최선을 다해 숙고한 결정이다. 구단 안팎에서 이대은의 깜짝 은퇴 선언을 두고 설왕설래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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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만남과 이별로 유난히 시끌벅적하다. 역대급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렸고, 예상치 못한 이별을 통보(?)받기도 했다. 현역 은퇴를 예고한 ‘빅보이’ 이대호(40·롯데)를 두고서는 팬들 사이에서 은퇴투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롯데가 전국구 인기구단이니 각 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거창하게 ‘은퇴투어’라고 이름을 붙여 자격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구단이나 선수 입장에서도 공식적으로 논의한 게 아니라서 팬들의 갑론을박에 의견을 내놓는 게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다.
야구선수들에게 만남과 이별은 일상이다. 원클럽맨으로 은퇴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뛰고 싶어 한다. 가치는 연봉일 수도, 경기 출전 기회 보장일 수도 있다. 어쨌든 많은 팬 앞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은 게 모든 선수의 바람이다. 팬들은 조금 다르다. 응원하는 선수가 응원하는 팀에서 계속 활약하기를 바란다. 팀을 따라 구단을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롯데에서 NC로 이적한 손아섭은 “하필 라이벌 팀으로 갔느냐”는 비난에 속앓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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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과 은퇴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배려와 존중이 수반돼야 한다. 떠나는 쪽에서 남아있는 쪽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주목은 떠나는 개인이 받지만, 남아있는 다수는 관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FA 이적이나 은퇴 결정 등은 사전에 공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뾰족한 답이 없다. 그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길뿐이다. 떠나는 입장에서는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건없는 사랑을 보낸 팬들에게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SNS를 통한 손편지 릴레이가 유행처럼 번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웃으며 보내는 것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원색적인 비난이나 증오보다는 떠나는 사람의 앞길에도 응원을 보내주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멋있는 행동이다. 감정의 영역이라 이성으로 통제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떠나는 자의 배려와 남아있는 자의 존중이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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