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야구팬들을 향해 인사하는 정지택 총재
KBO 정지택 총재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개막 선언을 위해 그라운드에 나온 뒤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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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성과주의도 아니다. 포퓰리즘인가 싶었지만, 냉정히 보면 이 또한 아니다. 급하다. 누군가를 향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인상이 짙다.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천둥벌거숭이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KBO는 설 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40년을 준비하는 핵심 추진 사업을 발표(1월 26일)했다. ‘The New KBO’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지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팬들의 눈과 귀를 자극할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 수를 늘리거나 연장 승부치기 도입, 2연전 체제 개편 등의 ‘당근’을 잔뜩 담았다. ‘2022시즌부터 적용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문구는 마치 올시즌부터 제도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오해할 만했다.

선수 개인별 스트라이크존 적응 훈련
고척스카이돔에서 KBO 심판위원회에 속한 1·2군 심판들이 올해부터 바뀐 스트라이크 존(S존) 적응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창하게 발표한 핵심 추진 사업 가운데 도입을 확정한 것은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유망주 캠프 운영 정도다. ‘한국야구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각오로 출범한 새 기술위원회는 신임위원장 선임 이후 보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염경엽 신임 기술위원장이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에 선임된 게 새 기술위원회에서 나온 가장 굵직한 뉴스였다. 거창한 발표로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후속 조치가 전무하다. 어쩔 수 없이 보수적으로 접근해 결괏값을 내놓아야 하는 리그 사무국의 존재 이유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KBO는 전임 정운찬 총재 때부터 이상한 전통이 생겼다. 비난 여론으로부터 총재를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것이다. 일하는 총재로 평가받는 유영구, 구본능 전 총재 시절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KBO 총재는 ‘욕받이’일 수밖에 없는데, 두 명의 정 총재를 거치면서 ‘욕 되받아 치기’에 진심으로 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때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총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셀 때에만 액션을 취하는 식이다.

[포토]KBO리그 개막 일정 결정 임박
야구회관 입구에 KBO리그 로고와 각 팀의 이름이 걸려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해 연말 리그 중단 논란 때에도 총재에 대한 비난이 거세자 ‘악의적인 보도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이사회 녹취록을 검토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절차상 문제는 없었지만 유감’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입을 꾹 다물었다. 이후 한 달여 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내던 KBO는 정지택 총재의 신년사를 통해 유소년 캠프와 스트라이크존 확대, 대표팀 지원 등을 약속했다. 최근 발표한 ‘더 뉴 KBO’는 정 총재의 신년사를 재탕하는 수준인 데다, 제도 변경에 관한 사안은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더 큰 실망감을 안긴다.

경기력 향상과 관련된 제도개선은 이해 당사자간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완성해야 한다. 섣불리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면, 리그 신뢰를 크게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초미의 관심사인 스트라이크존 확대도 개막 후 다양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민감한 이슈다. 퓨처스리그에서 충분히 검토한 뒤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 완성형으로 1군에 적용해도 구성원과 팬을 설득할까 말까다. 포스트시즌 확대나 연장 승부치기 도입 등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도 전에 발표부터 하는 것은 전형적인 ‘형식주의’다.

[포토]100% 관중 입장 허용된 KBO리그 포스트시즌
1일 잠실구장에서 2021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가운데 야구팬들이 입장해 관중석을 채우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2017년 말부터 단 4년 만에 KBO리그는 가치가 크게 축소됐다. 이 기간 “총재에게 조언하는 인물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새로운 40년을 준비하는 리그 사무국이 야구계 전체의 영속성이 아닌 개인의 영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불쾌감을 에둘러 묻는 것이다. 구단 사장들의 이기주의와 에고(ego)가 강한 총재의 묘한 시너지효과가 KBO를 점점 더 천둥벌거숭이로 내몰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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