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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이른바 ‘강정호 복귀 파문’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선수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들어 지난 18일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지만, 총재 부재 상태인 KBO는 24일 현재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KBO와 히어로즈 구단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정호 복귀 승인 여부는 스물네번째 KBO 총재로 취임할 허구연 후보자의 첫 번째 과제다. 리그 흥행 재점화와 프로야구 산업화 기틀 조성 등 산재한 현안을 처리하기에도 20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은데, 예기치 못한 폭탄까지 처리해야 한다. 선수 한 명 때문이 아니라 사고뭉치 구단의 이기적인 행태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점에 허 총재 후보자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강정호 복귀가 아닌 ‘이장석 리스크 제거’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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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규약을 살펴보면,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제44조 선수계약의 승인)는 조항이 있다. 2년 전 상벌위원회를 통해 제재를 받았다더라도 당시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이번에는 별도의 심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벌위는 강정호의 범죄행위에 초점을 맞춰 열렸지만, 임의해지 복귀 여부는 리그 입성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구단의 이의신청과 법정 공방 등 지난한 절차가 이어지겠지만, 감내해야 한다. 허술한 규약을 근거로 꼼수를 부려 사익을 취하려는 구단의 이기적인 행태를 근절할 선례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장석 리스크’를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행 규약은 구단의 퇴출을 뜻하는 ‘회원자격의 상실’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 인수합병이나 파산선고 등으로 지위를 상실한 경우가 아니면 구단이 KBO를 탈퇴하거나 제명, 회원자격 상실 등의 처분을 받아야 퇴출할 수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스포츠 정신’이 시대적 요구로 자리매김하기 전에 만든 정관과 규약이라, 구단의 신뢰가 통째로 무너진 때에 대비한 조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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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KBO 규약과 제반 규정 및 필요한 절차에 관해 리그 관계자 간 해석상 이견이나 분쟁이 있으면 총재가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할 수 있고, 리그 관계자는 그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제5조 규약의 해석)을 적용해 ‘이장석 리스크’를 끊임없이 공론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옥중경영 파문 이후 구단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최측근이자 궂은일을 처리하던 임상수 변호사가 구단 이사로 등재된 것부터 ‘이장석 리스크’가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법적인 문제보다 리그의 공정과 투명성을 담보해 팬과 구성원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KBO리그를 포함한 프로스포츠는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 주체에게도 고위공직자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공식적으로’ 세 번이나 적발된 고위공직자는 해임 또는 파면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꼭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소방관이나 경찰, 공립학교 교사 등 민생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은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직장으로 돌아올 수 없다. 이들의 인사권을 가진 기관도 책임자가 문책당하는 등 강도 높은 질책을 받는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는 구성원 모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큰 사랑을 받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는 의무를 다했을 때 비로소 누리는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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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최소한이다. 법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이유로 전횡을 일삼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적어도 프로스포츠에서는 팬과 인기를 담보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는 뿌리내리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강정호 복귀 파문을 도구로 삼아 ‘이장석 리스크’를 제거하는 중력이산(衆力移山)을 실현해야 할 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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