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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이게 될까 싶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도 의심했다고 한다. 현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부산 사직구장에서 KBO리그 올스타와 경기하는 것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로 여겼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2022’(한·미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얘기를 들었는데 ‘과연 이게 될까’ 싶었다. 구도(球都)로 불리는 부산에서 역사적인 한·미 올스타전을 개막할 수 있어 감동”이라고 말했다.
한·미 올스타전은 박찬호가 MLB에서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추진됐다. 구장이나 후원사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된 탓에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한 올해까지도 ‘뜬구름 잡는 얘기’로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많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시즌 후 치르는 이벤트 대회여서 톱 클래스 선수들이 참여할지에 의문부호가 찍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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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짐 스몰 인터내셔널 수석부사장은 “MLB 월드투어는 사무국뿐만 아니라 선수노조와 MLBPA 등 30개 구단과 선수 모두 큰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행사”라며 “세계 최고 수준인 MLB 선수들의 플레이를 다양한 국가 팬에게 보여주는 것이 주요 목적이어서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양국의 교류는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몰 부사장은 “MLB 개막전을 한국에서 치르는 것을 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미국에서 KBO리그를 개막하는 것도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KBO리그 개막전을 치르는 것은 한·미 올스타전보다 더 뜬구름 잡는 얘기다.
그러나 KBO 허구연 총재는 “MLB 구단이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게 받아들여 나도 놀랐다”고 귀띔했다. 단순히 개막전을 미국에서 치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K-팝 콘서트 등과 연계해 커다란 이벤트로 격상하겠다는 게 KBO의 구상이다. 스몰 부사장 역시 “BTS나 오징어게임뿐만 아니라 KBO리그만의 특별한 문화에 MLB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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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가 활성화하면,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MLB와 KBO리그, 일본과 대만 프로리그 우승팀이 진정한 의미의 월드시리즈를 치르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스몰 부사장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단시일내에 성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LB 전체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사무국이 할 수 있지만, 개별 구단을 국제대회에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게 스몰 부사장의 설명이다. 또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선수 구성이 달라질 수도 있고,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KBO리그와 일본, 대만도 비슷한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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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올스타전이나 MLB의 한국 개막, KBO리그의 미국 개막전 등도 수많은 난관을 뚫고 급물살을 탔다. 결국은 의지 문제라는 얘기다. 야구도 축구처럼 클럽챔피언십을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십수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MLB는 축구 월드컵에서 착안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창설했다. 덕분에 유럽 국가에 소소하지만 야구 붐이 일었다. 클럽챔피언십을 도입하면 프로팀이 생겨날 가능성이 생긴다.
야구 세계화는 전 세계유망주의 MLB 독식이 아닌, 각국 프로리그의 자생력 향상을 근간으로 해야한다. 한·미 올스타전이 야구 세계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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