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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천=정다워기자] “역부족이었다.”

성남FC는 9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5라운드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친 성남은 26점으로 11위 김천(36점)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잔여 세 경기에서 전승을 거둬도 따라갈 수 없는 차이다. 세 경기를 남겨놓고 성남은 최하위 및 다이렉트 강등을 확정했다.

강등이 확정된 후에도 분위기는 차분했다. 선수들도, 김천 원정을 따라나선 팬도 비교적 덤덤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경기 후 선수단이 원정응원석을 찾아가 고개를 숙이자 원정팬은 박수를 보내며 위로했다.

강등은 선수단에게도, 팬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원래 강등이 확정되면 분위기는 말 그대로 바닥을 치고, 팬도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남은 달랐다. 이유는 있다. 일찌감치 강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성남은 시즌 내내 순위표 맨 아래에 자리했다. 지난 3월13일 12위로 떨어진 후 단 한 번도 반등한 적이 없다. 지난 8월 정경호 감독대행이 부임한 후 2연승을 거두며 반전을 만들긴 했지만 이후에는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 대행은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역부족이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스카우팅의 총체적 실패

성남은 김천을 제외하면 K리그1에서 가장 적은 인건비를 쓰는 팀이다. 단순 계산으로 강등을 당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다. 문제는 이변을 만들 만한 스카우팅을 하지 못한 데 있다. 성남이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베테랑 수비 자원들은 대부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전임 감독의 구상으로 권완규와 김민혁, 곽광선 등을 영입했지만 이들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오히려 2004년생으로 팀의 막내인 김지수가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할 정도였다. 성남은 감독 교체 후 2연승을 거뒀지만 김지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후로는 승리가 없었다. 여름에 데려온 밀로스 역시 팀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되지는 않았다. 지난 두 시즌간 나상호, 권경원을 데려와 변수를 만들고 결국 잔류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너무 늦은 리더십의 교체

전임 사령탑은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는 스타일이었다. 선수 스스로 프로의식을 발휘하길 기대하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정 대행은 내부 문제를 잘 파악한 만큼 확실한 규율을 세우고 선수단에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힘 있게 팀을 끌고 갔다. 실제로 내외부 평가가 좋았고, 실적도 나왔다. 8경기서 2승2무4패로 승점 8을 얻었다. 경기당 1점은 확보한 셈이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는 27경기서 18점을 얻는 데 그쳤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조금 이른 시기에 정 대행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조기에 강등을 확정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구단주가 팀을 흔드는 기괴한 일이

올시즌 성남의 분위기를 가장 크게 망친 주범은 아이러니하게도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이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는 밖에서 팀을 거세게 흔들었다. 구단주가 발 벗고 나서 축구단을 비리의 온상이라 비판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들은 시즌 중 구단의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선수들의 사기와 의욕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팀을 망가뜨린 장본인이 바로 내부에 있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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