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_앤피오엔터테인먼트 (2)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훈훈한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부잣집 도련님은 그저 외피였다. 알맹이는 전날 옷 30만원어치를 결제한 것을 후회하는 청년이었다. 배송이 시작돼 취소도 못 한다고 토로한 그는 훤칠한 생김새와 달리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게다가 눈을 붙일 틈도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매일 소풍 가는 기분이란다. 50분을 꽉 채워 대화해도 무해한 기운만 잔뜩 느껴지는 배우 강훈(31)의 이야기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정서경 극본· 김희원 연출)을 마친 강훈은 최근 서울 강남구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관심 주셔서 감사드린다. 스태프들,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께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종호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강훈은 극 중 세 자매의 고모할머니 옆집에 사는 기업가의 손자 하종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하종호는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오인경(남지현 분)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쏟는 인물이다. 이에 강훈이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도 오인경을 향한 하종호의 마음 표현이었다.

“짧은 신 안에서 인경이를 좋아하는 종호의 감정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사는 쓰여 있지만 행동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경이를 바라보는 것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고민했다. 특히 인경이와 재회할 때 ‘안녕‘이라는 대사를 정말 많이 고민했다. 고백했지만 (오인경이) 받아주지 않았고, 타국으로 유학갔을 때 되게 외로웠다. 그곳에서 (오인경의) 뉴스 리포트를 보면서 ‘어떻게든 만나겠지’ 했을 거다. ‘안녕’은 ‘그리웠고, 보고 싶었고, 난 너를 여전히 좋아해’라는 표현이었다. 조금은 내 생각과 비슷하게 표현된 것 같다. ”

그러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에 시청자들의 추리전이 벌어지면서 기대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종호에게는 부모님이 안 계시고 할아버지 한 분 계신다. 그 할아버지도 아프셔서 한국에 온 거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인경이 밖에 없다. 더는 잃고 싶지 않아서 지키려고 노력한 거다. 그래서 종호는 의심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왜 나를 의심하지?’ 했다. 친구가 ‘너 정란회냐’고 묻더라. 원래라면 ‘몰라’라고 했을 텐데 ‘왜 내가 정란회야?’라고 되물었다. 생각해보니 상황들도 의심스럽고 전작(‘옷소매 붉은 끝동’)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종호와 오인경의 로맨스는 줄곧 굳건했다. 두 사람은 드라마 속 유일한 키스신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키스신은 종호가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에서 목표가 완료가 된 사람이 종호라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셨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키스신이니까 공들여서 찍는다고 하셨다. 다들 구경 온다고 했는데 안 나타나더라. 하하.”

강훈_앤피오엔터테인먼트 (2)

오인경을 연기한 배우 남지현에 대해서는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인경(남지현)이랑 같이 대본을 리딩하는 느낌으로 두 번째 오디션을 봤다. 종호 역을 너무 하고 싶었다. 인경이도 남지현도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같이 있을 때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캐스팅에 남지현의 영향이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지현은 현장에서 볼 때마다 나를 반겨줬다. 항상 밝고 인경이 같았다. 점점 ‘좋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또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

강훈은 하종호와 닮은 면이 많아 자신을 일부 대입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내 다른 점도 있다고 덧붙인 그는 “종호는 부잣집 도련님”이라며 웃었다. 이에 최근 한 사치가 뭐냐고 묻자 “생각 없이 옷 30만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했다. 고민하는 내 모습이 싫더라. 지금 오고 있어서 취소도 못 한다. 연기를 하면서 고정적인 아르바이트를 못 하니까 돈을 아껴야 했다. 한 번 살 때도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답했다.

지난해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이어 ‘작은 아씨들’까지 흥행 연타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간절하기까지 했다. “작년은 (그간 고생을)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꿈 같다. 조금 자더라도 이 순간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하게 된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꿈들이 펼쳐지고 있다. 요즘은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내일도 재밌겠다고 하면서 잠든다. 소풍가는 것처럼 설렌다. 볼을 꼬집었는데 꿈이 깨지 않는 것 같다.”

강훈은 현재 대만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출연하게 된 SBS 새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 촬영을 병행하고 있다. 바쁜 스케줄에도 “전에 정말 많이 쉬었다. 혼자 활동할 때는 직접 프로필을 뽑아 다녔다”며 지금에 감사했다. 그러면서 “내 이름보다 덕로, 종호 등 배역명으로 불러주는 게 좋더라. 작품이 끝났을 때 그 배역으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연기자로서 열정을 내비쳤다.

강훈_앤피오엔터테인먼트 (2)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앤피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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