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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현정기자] 선하고 건강한 청년 이미지의 배우 윤시윤(36)이 한국 최초의 카톨릭 사제 김대건의 불꽃같은 삶을 다룬 영화 ‘탄생’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해 깊은 울림으로 호평받고 있는 ‘탄생’(박흥식 감독·민영화사 제작)은 박흥식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출연진 , 투자 관계자 등 30여명이 지난달 16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알현한 데 이어 교황청에서 첫 시사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 “영화가 개봉돼 상영할 때 나라는 존재가 지워지고 김대건이란 인물만 보이게 해달라는 기도를 부탁했다”는 그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진지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와 배우로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했다. 2009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 이듬해 시청률 50%에 육박한 KBS2 ‘제빵왕 김탁구’의 타이틀롤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지난 9월 종영한 KBS2 주말극 ‘현재는 아름다워’에 이어 ‘탄생’까지 13년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누비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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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교황청 시사회, 부담감 컸지만 이탈리아 축구의 리액션 경험
그는 “‘탄생’을 종교 영화 ‘미션’ 같은 작품인 줄 알고 참여했는데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더라”며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최대한 질감있게 표현하기 위해 실감나게 고생하는 걸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러웠던 만큼 부담감도 컸다. 기독교인인 그는 한국 종교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을 연기하게 된 것을 “로또와 같은 기회”라고 했지만 “처음엔 너무 감사하고 벅차서 시작했는데 제작발표회 때 1차로 부담이 됐고 바티칸에 가니 부담감에 미칠 것 같았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염원하던 작품이라 벅차기도 했고 바티칸에 갔을 때 교황님도, 추기경님들도 ‘이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줘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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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시사회 때 현지 반응을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교황님과 전 세계 추기경님이 모여 회의하는 곳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일반인에게는 일반적인 목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데 이탈리아 축구에서나 보던 리액션이 나왔다. 추기경님들과 모든 성직자, 유학생 분들이 시사회장을 가득 메워줬고 리액션을 엄청나게 해주셔서 축구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각 인종이 다 있었다.”
극중 조선의 종교 박해를 피해 작은 고깃배인 라파엘호를 타고 조선과 중국을 오가며 풍랑속에 고전하는 해상신과 설산을 헤매는 장면 등 육체적인 고생도 많았지만 언어의 장벽도 높았다. 프랑스어, 라틴어,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한 김대건 역을 위해 촬영전 발음연습에만 한달이 걸렸다. “프랑스어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특히 프랑스어의 아랫입술 깨무는 발음이 어려워 발음훈련을 한달 동안 하며 통채로 외웠다. 색깔별로 단어마다 음절마다 나눠 폰트를 13, 11로 표기하는 등 그림 나누듯이 계속 봤다. 하도 입술을 많이 깨물어 부르터서 설산에서 고생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입술에 메이크업베이스만 바르면 표현이 되더라. 하하. ”
26세에 순교한 호기심과 열정이 넘쳤던 ‘청년’ 김대건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그는 “각 나라의 박물관에 가보면 당시 새로운 세상을 개척했다가 배척당한 인물을 영웅시하지 않나. 김대건도 종교인으로서 성스러움보다는 유교중심 사회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개척자로 표현하려고 집중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탄생’을 “1800년대 조선에서 능동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우리 영화는 지금 종교의 토대가 된 초기 종교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지금의 종교인들에게 어줍짢은 메시지를 주려면 종교영화인데 ‘탄생’은 조선시대에 태동했던 초기 종교인들을 구경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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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인 안성기 선생님과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하고파
‘탄생’은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배우 안성기가 역관 유진길 역으로 열연해 화제가 됐다. 윤시윤은 대선배 안성기에 대해 “나한테는 배우로서 꿈같은 분이다. 안성기 선생님을 따라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드디어 만났다”며 “손주처럼 장난도 치고 말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말을 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아쉬웠다. 연기자니까 ‘좋은 작품을 찍어 당신을 롤모델로 하는 작은 배우가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감격해했다.
특히 촬영장에서 자신이 촬영할 때 안성기의 어깨가 나오는 장면에서 갓을 쓴 안성기가 갓이 걸리지 않게 고개를 한쪽으로 눕힌 채 5~10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 위치를 잡아주는 모습에 “젊은 배우들도 그러면 난리가 날텐데 편찮으신데도 계속 잡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안성기라는 좋은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구나 싶었다”며 감동을 전했다. 이어 “선생님이 쾌차하고 계시니 다른 작품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나오면 소원이 없겠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탄생’은 2014년 ‘백프로’ 이후 윤시윤이 8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하자 마자 시트콤과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자신을 ‘작은 배우’, ‘부족한 배우’라 칭했다. 오랜만의 영화 출연 소감으로 “아직 영화관에서 나란 사람의 티켓파워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많다. 작품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돈을 내고 영화관에 와서 큰 스크린으로 나와 일대일로 보는 것이라 늘 무섭다. 나한테 기회를 줬지만 그만큼 냉정한 심판자이기도 하다. 거쳐가야 하는 테스트를 조금씩 통과하다보면 어느날 신뢰받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레 기대했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로 군입대를 꼽으며 “재능없는 배우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최대한 안들키려고 고민해왔다. ‘하이킥’과 ‘김탁구’가 잘 됐지만 내 힘으로 이룬 건 아니었어도 지키고 싶었다. 군대에 갔다와서는 잃더라도 모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 제대후 일을 안쉬고 계속 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한편 윤시윤은 지난 9일 공개된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2’에서 강지구(정은지 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인물로 나와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 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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