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카카오
하이브(위)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I.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SM 인수전’이 본격적인 2차전에 돌입했다. 1차전 승기를 잡은 하이브와 셈법이 복잡해진 카카오가 각각 최대 1조원 규모의 실탄을 장전하고 더 치열해진 ‘쩐의 전쟁’을 예고했다.

지난 3일 법원이 카카오가 신주 발행을 통해 SM 지분을 취득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SM 인수전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계획대로였다면 카카오는 6일 SM으로부터 주식을 새로 발행받아 지분율 9%의 2대 주주가 될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이를 막아달라는 이수만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무산됐다.

반면, 하이브는 약 18.5%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 지난 1일까지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까지 하이브는 현재 SM 지분을 20%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5% 확보를 목표로 했던 하이브의 SM 공개매수 결과는 실패로 결론날 공산이 크지만, 일단은 하이브가 승기를 잡은 분위기다. 그러나 여러 변수가 남아있어 시장은 양측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 원점’ 된 카카오, 다음 행보에 주목

2차전 최대 변수는 지분 확보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카카오의 행보에 달렸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6일 SM은 카카오에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한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더해 하이브는 카카오 측 지명 이사후보에 대한 이사회 추천 철회 및 주주총회 선임 안건 취소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카카오가 선택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업계에선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7일 SM 인수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식을 고민 중”이라며 전면 참전 가능성을 열어놨다. 카카오도 난감한 상황이지만 말을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에서 유치한 막대한 자금으로 지분 인수에 나설 거란 예측도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SM의 주가를 고려했을 때 카카오는 14만~15만원의 매수가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카오에 맞먹는 실탄 확보를 위해 하이브도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회사 및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최대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면 하이브는 지난달 선제적으로 오일머니 약 1조 2000억원을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응할 실탄을 갖추게 된다.

이수만 이성수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이성수 SM 공동대표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 승부처 될 정기 주총, 남은 변수는?

지분율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하이브는 소액 주주 지지를 얻기 위해 여론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SM 인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직접 밝히는 등 국내외 여론전을 통해 소액주주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연임을 포기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SM 이성수 현 공동대표는 개인 유튜브 계정을 통해 세 번째 추가 폭로 영상을 공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M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승부처는 오는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다. 양측은 서로에게 유리한 정관 변경과 이사, 감사 선임을 총회 안건으로 제시해 놨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새 이사회에 각각 추천한 후보를 몇 명이나 집어넣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결국 지분율 60% 이상인 소액주주를 누가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대주주인 하이브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을 다 합쳐도 40%에 못 미치는 만큼, 양쪽 모두 주주 제안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소액 주주 의결권 위임받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총 후에도 소송전과 여론전의 여지도 남아있다.

3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14.80%)와 이수만(3.65%)을 제외한 SM 지분을 대량 보유한 주요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이다. 이들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또 다른 변수다. SM을 하이브가 인수할 경우 K팝 시장을 독과점할 우려가 큰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넘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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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에스파.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 한숨 깊어진 SM 아티스트, 재계약 여부 ‘불투명’

이 상황에서 가장 걱정이 많은 건 SM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이다. SM 인수전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양측에서 SM 아티스트를 ‘볼모’로 잡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인수전의 향배가 아티스트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남아있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올해와 내년에 대거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막내’ 에스파를 제외한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등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대형 기획사는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온 아티스트를 접촉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에 오래 남아있던 아티스트 입장에선 회사가 하이브에 인수될 경우 잔류할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이들이 새로운 기획사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동요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SM 아티스트에게 좋을리 없다”며 “여론전 상황에서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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