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성’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간다.
“멋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데뷔 앨범부터 지금까지 저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내면 사랑과 응원도 함께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이 1일 첫 번째 정규앨범 ‘언포기븐(UNFORGIVEN)’을 발매하고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활동에 나선다. 이날 오후 르세라핌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예스24라이브홀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새 앨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르세라핌은 앞서 발표한 데뷔 앨범 ‘피어리스’와 두 번째 미니앨범 ‘안티프래자일’까지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3연타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데뷔 1년 만에 발표하는 첫 번째 정규 앨범이자 데뷔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멤버들과 팬들에게 더욱 뜻깊은 앨범이 될 전망이다.
7개월 만에 컴백한 르세라핌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게 노력했으니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카즈하는 “벌써 두 번째 컴백이다. 더 성장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쿠라는 “앨범 나올 수 있는 날이 더 의미있는 거 같다. 정규앨범이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더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1주년 소감에 대해선 김채원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시간이 참 빠르다. 1년 동안 많은 무대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한 해였다.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첫 정규 앨범 발매에 대해선 허윤진은 “이전의 싱글들로 당당한 르세라핌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면, 이번엔 더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 또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하며 저희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드리는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확신에 찬 르세라핌, ‘언포기븐’으로 보여줄 자신감의 정점
이번 앨범은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르세라핌만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데뷔 앨범부터 고수해 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를 통해 성장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의 세계관은 총 13곡으로 꽉 채운 이번 앨범으로 정점에 선다.
타이틀곡 ‘언포기븐’은 힙합과 펑크 리듬이 어우러진 노래로 ‘새 시대로 기억될 언포기븐’이라는 가사처럼 세상이 정한 룰에서 벗어나 르세라핌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채원은 “세상의 평가와 편견에 대한 르세라핌의 자세를 가장 잘 보여드릴 수 있는 곡”이라고 강조했다.
‘석양의 무법자’로 알려진 미국 서부 영화 ‘더 굿, 더 배드 앤드 더 어글리’의 메인 테마 OST를 샘플링 했으며, 미국의 전설적인 뮤지션 나일 로저스가 기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방시혁 프로듀서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쿠라는 “저희 음원을 듣고 샘플링하면 잘 어울리겠다고 하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르세라핌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걸그룹 퍼포먼스 강자’다. 데뷔곡 ‘피어리스’와 미니 2집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로 칼군무를 넘어 역동적인 안무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까지 화제를 모았다. 이번 ‘언포기븐’으로 이 수식어를 이어갈지도 관심을 모으는 지점이다.
‘언포기븐’은 머리 위에 손가락으로 악마뿔을 만드는 안무가 포인트다. 르세라핌은 군무는 기본, 때론 귀엽고 때론 악동 같은 표정 연기까지 더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채원은 “팬 분들 사이에서 저희 안무가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이번 안무도 쉽진 않지만 다른 느낌으로 어렵다. 표정, 감성 표현이 많아서 그걸 중점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홍은채는 “착하고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가 ‘센캐’로 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의 참여도도 높였다. 멤버 전원이 수록곡이자 팬송 ‘피어나’의 작사에 참여하고, 허윤진이 프로듀싱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줄 르세라핌의 음악적 진정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선주문량 138만 장 찍고, 대규모 월드 투어로
하이브의 첫 걸그룹 주자이자 방시혁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방탄소년단 여동생’ 타이틀로 많은 주목을 받은 르세라핌은 강인하고 단단한 매력을 앞세우며 K팝 걸그룹 역사상 최단 기간 내에 미국 ‘빌보드 200’ 차트(14위)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발매된 르세라핌의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로 데뷔 만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이번 앨범도 지난 28일 기준 선주문량 138만 장을 돌파하며 일찌감치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특히 ‘안티프래자일’의 총 선주문량 62만 장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그간의 르세라핌의 성장을 입증해냈다. 소감에 대해 허윤진은 “너무 놀랐다. 팬분들게 감사했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사쿠라는 “지난 앨범보다 2배 넘는 숫자라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다. 저희가 열심히 하는 걸 팬분들이 알아주시는 거 같아서 기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번 활동 목표에 대해 김채원은 “음원차트 1위를 하고 싶다”며 “킬링파트 제조기란 수식어도 얻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카즈하는 “데뷔 당시에는 눈앞에 있는걸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더 큰 일을 해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멤버들은 단독 콘서트에 대한 바람도 내비쳤다.
하이브에 따르면 르세라핌은 올해 아시아와 북미를 아우르는 대규모 월드 투어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쿠라, 카즈하 등 일본인 멤버에 힘입어 최근 일본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르세라핌은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단일곡 ‘안티프래자일’로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하는 등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사쿠라는 “전세계 팬들을 만나고 싶고 언젠가는 돔투어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유사성 논란은 넘어야 할 과제
한편 스페인 가수 로살리아(Rosalía)와의 일부 유사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타이틀곡 ‘언포기븐’의 일부가 공개되자마자 로살리아의 ‘치킨 데리야키(CHICKEN TERIYAKI)’와 창법과 리듬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청음회를 진행한 평론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치킨 데리야키’는 앞서 르세라핌의 전작인 ‘안티프래자일’로도 음악과 안무에서 한차례 유사성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어 연이은 표절 의혹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데뷔곡 ‘피어리스’도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 올랐던 로살리아의 ‘사오코(SAOKO)’ 뮤직비디오, 자켓 사진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로살리아는 ‘제65회 그래미어워즈’에서 최우수 라틴 록/얼터너티브 앨범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가수다. 라틴음악을 본인만의 색깔로 해석해 독보적인 음악 장르를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안티프래자일’로 아직은 한국에선 생소한 라틴팝에 도전하며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은 르세라핌이 로살리아와의 유사성이 연이어 지적되자,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사로 우뚝 선 하이브가 같은 곡을 연달아 모방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국내외 팬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르세라핌 멤버들도 ‘안티프래자일’ 컴백 당시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라틴 가수 중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느냐는 질문에 로살리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채원은 “저희의 곡과 콘셉트는 저희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 저희만의 고유 창작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르세라핌의 강점은 ‘강인함’과 ‘주체성’이다. ‘피어리스’로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르세라핌은 ‘안티프래자일’로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단단해지는 멤버들의 강인한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진취적이고 당당한 정체성을 강조해온 이들인 만큼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진다. 물론 레퍼런스를 구한 것일 뿐, 유사성을 표절이라 단정지을 순 없지만,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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