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공덕=장강훈기자] “좋은 선배는 아니었지만, 나쁜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검찰은 2년을 구형했지만, 이영하(26·두산)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선고는 이달 31일 오전 10시. 선수생명을 건 싸움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미계약 보류신분’이어서 6월에는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직업 야구선수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폭행, 협박,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영하가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여섯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함께 자취생활한 1년 후배 A씨가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했고, 이영하도 피고인 심문을 받았다. 자취방을 함께 쓴 A씨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와는 동기”라면서도 “B가 자취방에 온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선배가 후배 이름을 부르면 별칭으로 대답하는 건 관행이었다. 나도 선배들을 별칭으로 부르곤했다”고 밝혔다.

B가 자신의 별칭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악의가 있는 괴롭힘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A는 “피고인에게도 ‘광수형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별칭을 부른 것”이라고 기억했다. 후배가 선배의 별칭도 불렀다는 진술은 이번에 처음 나왔다.

이영하는 2015년 대만 전지훈련에서 라면을 빼앗고, 응하지 않으면 얼차려를 주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는 “2014년에 대만 전지훈련을 처음 갔는데, 숙소 근처에 라면 등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마켓 등이 많았다. 무겁게 한국에서부터 가져갈 필요가 없어서, 고추장 참기름 등만 챙겨갔다”면서 “마트에 가는 후배가 있으면 선배들이 필요한 것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라면 때문에 집합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굳이 라면을 편취할 이유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이영하의 기억도 비슷했다. 피고인 심문에 나선 그는 “집합이라는 어감이 혼내려는 목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투수조장이어서 감독 코치님의 전달사항을 전파하거나 할 말이 있을 때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훈련 분위기가 산만할 때도 집합을 걸기도 했지만,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다. 시간도 10~20분 정도였고, 주로 내 방으로 (후배들을)불렀다”고 말했다. 한 시간가량 치약뚜껑에 머리박기를 시키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B의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검사는 이영하측이 제출한 알리바이에 관한 증거를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2015년 8월 치른 청소년 대표팀 합숙훈련 시기를 예로 들며 “개인일정으로 대표팀을 이탈하거나, 프로 계약을 위해 학교에 가야하는 경우는 없는가”라고 물었고 “고교선수는 구단이 부모와 계약서를 작성하므로 학생선수가 직접 갈 필요없다”는 답을 듣기도 했다.

피고인 심문까지 마친 뒤 검사는 2년 구형을 요구했다. 변호인측은 “객관적인 증거 등을 따졌을 때 범죄 증명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영하의 법률대리인인 김선웅 변호사는 “증거조사에서도 라면갈취 등은 없었고, 실제 같은 방에 있던 B 동기들도 해당 사실을 본적없다고 진술했다. 후배 기강잡기 차원의 집합은 훈련 때 나온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어서 폭행이나 협박 등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무죄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하는 최후진술에서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겠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B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B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며 “성실히 재판에 임했다. (B에게) 좋은 선배는 아니었지만, 나쁜 행동을 하거나 법정에 설만큼 심한 행동을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4주 후, 이영하의 복귀 여부가 판가름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