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중소K팝 기획사의 기적.’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는 요즘 K팝 중소기획사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K팝 빅4가 업계 능력 있는 인재들을 싹쓸이 해 좋은 A&R(음반 및 아티스트 기획 담당) 담당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룩한 놀라운 성과 덕분이다.

게다가 그 성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현재진행형이다. 피프티피프티는 방탄소년단, 뉴진스, 르세라핌 등 유수의 K팝 아티스트를 제치고 미국 빌보드 핫100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성적을 나날이 경신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발매한 피프티피프티의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타이틀곡 ‘큐피드(Cupid)’는 12일 발표된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서 8위, 13일자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 19위에 오르며 기적을 썼다. 이는 K팝 걸그룹 단독 곡으로 최고 기록이다.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팬덤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의 팬덤 데이터 서비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피프티피프티의 유튜브 구독자, SNS 팔로워, 스포티파이 팔로워 등은 지난 4월 한달간 비약적 증가세를 보였다. 블랙핑크, 르세라핌, 스트레이키즈 등 글로벌 팬덤을 누리고 있는 톱 그룹들과 유사한 증가량을 보이고 있어 더욱 유의미하다.

데뷔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피프티피프티의 이같은 성공 뒤에는 이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자동차와 명품시계까지 팔았던 소속사 대표의 헌신이 있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어트랙트 전홍준(60) 대표와 최승호(60) 매니지먼트 부문장은 “피프티피프티의 ‘피지컬 앨범’(실물 앨범)을 발매해야 하는데 자금이 모자라 시계와 차까지 팔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전 대표는 “‘피지컬앨범’ 발매 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인지대를 선납부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했다. 망설이지 않고 10년간 찼던 롤렉스 시계를 중고 명품숍에 팔았다”고 털어놓았다.

인지대는 납부했지만 이번에는 앨범 재킷 인쇄비가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전 대표의 자동차를 팔았다. 그래도 금액이 부족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매니지먼트 이사의 자동차까지 팔았다.

전 대표는 “다행히 실장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차를 내놓았다”라며 “그 덕분에 예상 발매일보다 다소 늦긴 했지만 ‘피지컬 앨범’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를 내놓은 이사에게 최근 원하는 차종을 고르라고 했다”고 웃었다.

여의도 ‘올드보이’로 꼽히는 전 대표와 최 부문장은 요즘 어디를 가든 “피프티피프티의 성공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올해 환갑으로 K팝 아이돌과 다소 거리가 멀다. 전 대표는 과거 조관우, 윤미래 등을 매니지먼트 했고, 당시 래퍼였던 바비킴을 발굴해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최 부문장은 김건모가 ‘잘못된 만남’을 불렀던 시절 그의 전성기를 함께 했고 미국 교포 출신인 솔리드의 매니지먼트를 도맡았다.

전 대표는 “성공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미국 ‘빌보드 핫100’을 하루 3번씩 들으라고 권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핫100’을 3번씩 들으며 최신 팝 유행 경향을 꿰차고 있다. 요즘은 3분이 넘지 않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팝이 트렌드다. ‘큐피드’ 역시 엔딩을 칼같이 끝냈다”라고 귀띔했다.

멤버들의 실력은 기본, 인성 교육과 영어 교육에도 힘을 썼다. 전 대표는 “K팝은 전달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 교육은 물론이고, 발음 교육을 철저히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문장은 “멤버들이 모두 우리 딸뻘이다. 연습생 시절, 전대표가 매일 인성 및 독서 교육을 했는데 그 덕분인지 최근 열린 첫 쇼케이스에서 비교적 떨지 않고 야무지게 말을 잘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mulga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