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적절한 공개가 오히려 득이 됐다. 이제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언더 더 씨’(Under the sea) 신드롬에 빠질 전망이다.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가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인어공주’는 1989년 개봉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실사화한 작품으로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를 구한 뒤 인간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하지만 실사화 제작 결정 후 최초의 ‘유색인종 인어공주’를 전면에 내세우며 가수 겸 연기자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 해 거센 역풍에 부딪혔다. 디즈니가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내세운 하얀 피부에 붉은 머릿결의 에리얼과 다른 이미지에 ‘인어공주’의 오랜 팬들은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Not my ariel)’라며 해시태그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해외 콘텐츠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명 ‘블랙워싱’(blackwashing)논란까지 더해지며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블랙워싱’은 과거 백인 배우가 주류를 이뤘던 서구 문화계의 ‘화이트워싱(Whitewashing·백인배우로 도배된다는 뜻)’ 현상을 빗대 최근 흑인들을 내세운 작품이 늘어나면서 생긴 용어다.
디즈니가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다보니 흑인배우를 무리하게 기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첫 월드프리미어 시사회 이후 잠잠해졌다.
해외 매체 및 평단은 “할리 베일리는 ‘에리얼’ 그 자체였다”(펠리시아, 디스커싱필름), “할리 베일리가 바로 새로운 ‘인어공주’를 봐야 하는 이유 그 자체”(조 로제 브라이언트, 필름인디펜던트) 라며 합격점을 줬다.
뿐만 아니다. 바다 마녀 울슐라 역의 멜리사 맥카시의 높은 싱크로율, 세바스찬 역의 다비드 딕스와 개성 넘치는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가 연기한 스커틀의 유쾌한 호흡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흑인 인어공주에 대한 기대감은 ‘굿즈’ 판매로 이어졌다. 주인공 할리 베일리를 본 따 만든 인어공주 바비 인형은 지난 달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인형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대중음악 잡지 롤링스톤은 “흑인 인어공주 인형이 1위에 오른 것은 대표성을 위한 거대한 승리일 뿐 아니라 진정한 디즈니 공주의 통과의례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흥행 수익에 대한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미국영화전문매체 스크린랜트는 “히트할 경우 9억 달러(한화 1조1900억여원)의 흥행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어 더빙 맡은 뉴진스 다니엘, 공식 발표 뒤 음원 공개되자 논란 잠잠
실상 한국에서는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보다 K팝 걸그룹 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한국어 더빙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해외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더빙을 유명 연예인이 맡을 경우 전달력이 떨어져 대체로 전문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도맡곤 했다. 때문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의 공식 발표 전부터 다니엘이 에리얼의 한국어 연기를 한다는 소식에 영화팬들은 물론이고 뉴진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호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다니엘이 정확하게 한국어 발음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갈렸다.
그러나 17일 다니엘이 부른 한국어 OST ‘저 곳으로’ 뮤직비디오가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사그러 들었다. 팬들은 다니엘의 생기 넘치면서 청아한 음색과 정확한 한국어 발음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상은 공개 14시간만에 200만뷰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는 지난 15일 공개된 주인공 할리 베일리의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영상이 기록한 154만뷰를 압도적으로 넘어선 조회수다.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이 부른 곡 외에도 ‘언더 더 씨’를 비롯한 원작 애니메이션의 인기 넘버들이 고스란히 삽입돼 추억을 환기시킬 전망이다. 작곡가 알란 멘켄과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이 의기투합한 ‘인어공주’ OST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끈 곡들이다. ‘언더 더 씨’는 1990년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하워드 애쉬먼이 지난 1991년 사망함에 따라 이번 OST 작업은 뮤지컬 ‘해밀턴’으로 토니상 11관왕을 기록한 린 마누엘 미란다와 알란 멘켄이 호흡을 맞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1989년에 선보인 오리지널 넘버들을 요즘 감성에 맞게 들려주는 것은 물론 추가된 오리지날 사운드트랙까지 들려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어공주’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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