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접수한 방송쟁이들의 토크쇼

‘나영석 나불나불’ 공개 7일만 360만뷰

‘유재석 핑계고’ 평균 300만뷰 토크 맛집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이게 방송이 되는 거예요? 오늘 한 이야기 다 비방용(방송불가)아니야?”

방송인 듯, 방송 아닌, 방송 같은 토크맛집이 유튜브 채널에서 대박이 났다. ‘유재석 유니버스 창시자’ MC 유재석과 자칭 ‘예능 보따리상’ 나영석 PD,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 방송꾼 두 사람이 무작정 떠들어 제끼는 ‘무근본’ 토크쇼로 이제 유튜브 채널까지 접수했다.

정규방송이었으면 편집이 되고도 남았을 속칭 ‘마’(魔) 뜨는 장면이나 “이게 나가도 되나?”싶은 말들이 고스란히 나간다. 비방용과 ‘간방’(간신히 방송)용 콘텐츠가 오고가는 중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는 그치질 않는다.

지난 3일 첫 공개한 ‘나영석의 나불나불’은 소제목도 없는 ‘서지니형’ ‘서지니형2’로 1주일만에 누적 조회수 360만뷰를 돌파했다. ‘서지니형’의 주된 내용은 증명사진 공개, 할아버지는 구두쇠, 미국병 걸린 서지니, 놀이공원에 대한 예의, 홍콩 도망썰, 이미지 좋아 짜증나 등으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전개로 폭풍 웃음을 안겼다.

이런 슴슴한 컨셉트는 ‘핑계고’도 마찬가지. 유재석의 친한 형 지석진이 얻어 걸린 ‘산책은 핑계고’, 동기 송은이와 삼계탕을 먹는 ‘몸보신은 핑계고’, 해외촬영을 마치자 마자 끌려온 이동욱이 시차 부적응 리얼 투덜로 웃음을 준 ‘설연휴는 핑계고’ 등도 절친들의 유치찬란한 수다로 폭소를 안기며 평균 600만뷰를 넘겼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작위적인 게 ‘거의’ 없다는 거다. 모든 출연자가 화장기 없는 붉고 번질번질한 얼굴에 편안한 실내복 차림으로 노닥거린다. 50분이든 70분이든 방송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흔한 대본도 없이 무작정 수다를 떤다. 구독자들의 실시간 라이브, 댓글을 토대로 즉흥적인 이야기와 다음 촬영이 정해진다.

익숙한 예능의 틀을 부순 덕에 진행자, 제작진, 게스트까지 이미 예능프로그램에서 닳고 닳게 소비되었던 사람들이 ‘또’ 나오는데도 새롭고 웃긴다. ‘핑계고’ 상습 게스트 이동욱의 “이런 얘기를 언제까지, 몇시까지 하는 건데?”라는 절규처럼 세상 쓰잘데 없는 수다가 백만뷰를 훌쩍 넘는 이유다.

나영석 PD는 ‘나불나불’에서 이제는 목욕도 같이 하는 친한 형 이서진과 별별 얘기를 다한다. 좋아하는 중국요리를 먹으며 이서진은 아버지의 구두쇠 DNA를 물려받아 밤에도 불을 안 켜고, 겨울에도 보일러 온도는 21도라는 둥 인생 최고의 위기를 묻자 전 연인 때문에 홍콩으로 도망친 이야기를 한다. 카메라가 없는 듯한 리얼 수다다.

그런가하면 “연예인으로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신경쓰이지 않냐?”라는 질문에 “난 그런 거 원래 신경 안 써. 요즘 이미지가 너무 좋아져서 짜증나”라며 반응해 웃음을 자아낸다. 까칠해 보이면서도 다정한 이서진의 민낯에 구독자들은 4600개가 넘는 댓글로 호응했다.

유재석의 ‘핑계고’에서는 지난 1월 역대 최고 조회수인 760만뷰를 기록한 설특집에서 나온 이야기를 핑계로 3월 남창희의 집에서 ‘수요없는 집들이’를 이어갔다. 유재석, 이동욱, 조세호가 식탁에 둘러앉아 남창희가 느린 손으로 수란과 팬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봐 폭소를 자아냈다.

날것 그대로의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미디어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 출연자들을 동네 형이나 동생처럼 가깝게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에 공감한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털어놓는 시시하지만 진솔한 이야기 등 기존 유튜브 예능의 성공방식을 잘 차용한 결과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이들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이유를 진심으로 공감을 끌어내는 매력적인 화자와 스토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츤데레 같은 이서진의 토크 방식은 과거 걸림돌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캐릭터가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심으로 공감을 끌어내고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나영석 PD, 이서진, 유재석과 같은 예능계의 인물들이 게스트를 초대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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