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요기 베라도 눈을 떼지 못했을 승부였다.
한번씩 난타전을 주고받는 SSG와 KIA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또 한 번 치고받았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이상 35)의 시즌 두 번째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싱겁게 끝날 듯하던 경기는 후반들어 폭풍처럼 몰아쳤다.
기선은 SSG가 제압하는 듯했다. 1회말 2사 후 연속 3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전날 17점을 몰아친 KIA 타선은 한때 ‘킬러’로 불렸던 김광현을 매섭게 몰아쳤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최형우가 몸쪽으로 밀려든 체인지업(시속 133㎞)을 걷어올려 우월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10호 아치로, 2008년부터 16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올렸다. 16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은 SSG 최정(2006~2023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진기록이다.
가볍게 동점을 만든 KIA는 2사 후 이창진이 11구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내더니 김태군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이어 ‘이적생’ 김태군이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흐름을 탄 KIA는 4회초 선두타자 최형우가 볼넷을 골라낸 뒤 안타 4개와 볼넷 1개, 희생플라이를 묶어 빅이닝을 만들었다. 6-1로 달아난 5회초에는 최형우가 두 번째 아치를 그려 7-1을 만들었다. 김광현은 4.1이닝 동안 94개를 던졌고 홈런 두 방을 포함해 8안타 7실점으로 조기강판 수모를 당했다. 5월9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3실점하고도 패전투수가 된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KIA 양현종은 5이닝 동안 107개를 던졌다. 볼넷은 두 개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SSG 타선의 끈질긴 커트로 투구수가 증가했다. 그래도 5안타 1실점으로 5이닝을 버텨내고 불펜진에 마운드를 넘겼다. 정해영, 이준영, 임기영이 6,7회를 막아내 사실상 승기를 잡은 듯했다.
그러나 8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이 선두타자로 나선 김찬형에게 중전안타를 내주더니 강진성에게도 우중간에 안타를 맞았다. 김성현에게 볼넷으로 내줘 만루 위기에 몰린 뒤 전상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볼카운트 2-2에서 최주환의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빠르게 굴렀다. 점수와 아웃카운트 두 개를 바꿀 수 있는 타구였지만, KIA 2루수 김규성이 타구를 지나쳤다. 그라운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는 순간. 김민식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 흐름을 끊어지나 싶더니 추신수가 볼넷, 최지훈이 몸에 맞는 볼로 주자를 밀어내 3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2사 후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좌전 적시타로 주자 두 명을 더 불러들여 6-7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2사 1,3루에서 KIA 마무리 장현식이 급히 마운드에 올랐고, 대타로 나선 최준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해 불을 껐다.
KIA는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규성이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박찬호의 희생번트 후 김도영이 중전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성범이 삼진, 최형우가 2루 땅볼로 돌아서 SSG의 추격흐름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했다.
SSG는 9회말 1사 1루에서 최주환의 잘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좌익수 이창진의 점프캐치에 걸려 뒤집기 희망이 꺾였다. 4시간 2분 혈투에 마침표가 찍힌 뒤 양팀 사령탑은 서로다른 의미의 깊은 한숨을 지었다.
벼랑끝에서 탈출한 KIA 김종국 감독은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해줘서 이겼다. 팀이 쫓기는 상황에서 등판한 장현식이 4개의 아웃카운트를 정말 잘 막아줬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장을 떠나는 SSG 정용진 구단주의 표정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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