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평균 구속 150㎞대는 다르더라.”

한화가 후반기 로테이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까지 3선발은 고정하고 4, 5선발 자리를 상황에 맞춰 변화를 줄 계획이다. 더불어 문동주의 이닝 제한도 있는 만큼 기존 한승혁 외에 2군에 있는 장민재와 신인 김서현까지 1군 선발 등판을 바라본다. 이르면 후반기 시작부터 문동주와 김서현 최고 구속 시속 160㎞ 듀오가 나란히 로테이션을 돌 수 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11일 “일단 (한)승주는 불펜으로 돌리려고 한다. 현재 장민재가 좋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온다. 언제부터 로테이션에 넣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리고 (김)서현이도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후반기에는 둘을 선발진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현이가 목요일에 2군에서 선발 등판 예정인데 그 경기까지 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페냐, 산체스, 문동주, 한승혁, 한승주로 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마무리했다. 후반기에는 한승주 대신 장민재나 김서현이 로테이션에 합류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김서현의 선발 등판이다. 베테랑 장민재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선발과 중간을 오갔다. 작년에 25경기, 올해는 11경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하지만 김서현은 입단 당시 선발보다는 중간에 포커스를 맞췄다. 1군 등판 18경기도 모두 중간 등판이다. 최원호 감독 첫 경기였던 5월 12일에는 세이브도 올렸다. 선수 본인도 선발보다는 마무리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5월말부터 흔들렸고 6월에는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제구가 안 되면서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한화가 김서현에게 내린 처방은 선발 등판이었다. 훈련을 통해 메커닉을 수정하고 구종을 정립해도 결국 실전에서 체득해야 효과가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1이닝만 던지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투구수를 늘리면서 긴 이닝을 소화시키기로 했다. 많은 공을 던지고 많은 타자와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밸런스를 잡고 기량이 향상되는 것을 유도했다.

지난달 8일 2군으로 내려간 후 김서현은 점진적으로 투구수와 이닝수를 늘렸다. 최근 경기인 고양 히어로즈전에서는 97개의 공을 던지며 5.2이닝을 소화했다.

김서현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위치가 선발이 될지 마무리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이 선발 경험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면 향후 클로저를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감독은 “상위 지명 유망주의 경우 메이저리그도 보통 선발투수부터 시킨다. 선발을 해놓으면 나중에 다른 자리도 갈 수 있고 일단 경험이 많이 쌓인다. 중간투수로 1이닝 던지면 많아봐야 위기 상황 한 두번인데 선발로 던지면 긴 이닝 동안 여러 가지 상황이 나오지 않나. 서현이도 선발 등판을 통해 얻는 게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순히 김서현의 성장만 바라보고 팀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최 감독은 “문동주 모습을 보면 확실히 평균 구속 150㎞대는 다르더라. 동주의 변화구가 아주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속구 구속이 워낙 빠르니까 타자들이 변화구에 반응하는 것도 애를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평균 구속 150㎞대에 어느 정도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으면 변화구가 조금 약해도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12일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앞둔 시점에서 문동주는 15경기 75.2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하고 있다. 고2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를 했고 만 20세도 되지 않은 2년차 투수가 수준급 활약을 펼친다. 문동주처럼 속구 평균 구속 150㎞대를 찍는 김서현의 선발 등판 투자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문동주는 계획대로 올해 이닝수를 120이닝 내외에서 끊을 계획이다. 최 감독은 “후반기 7경기 정도 등판해서 8월말까지만 로테이션을 도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후 아시안게임이 있는데 아시안게임 전 3주 동안 쉬면서 아시안게임에 전념시킬 생각이다. 1위팀이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한국시리즈에서 푹 쉬고 나온 투수들의 구위가 굉장히 좋지 않나. 동주도 아마 3주 쉬고 아시안게임에 가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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