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지금은 그가 모델출신이라는 것을 잊곤 하지만 배우 주지훈은 종종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제가 모델하다 운 좋게 드라마 ‘궁’으로 데뷔한 케이스”라고 털어놓곤 한다. 그만큼 부끄러운 과거 연기력을 피나는 노력으로 이겨낸, 자존감 높은 배우라는 의미다.

배우 하정우와 함께 한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여름 극장가 전쟁 합류를 앞두고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서울’과 가진 인터뷰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모델 일을 정말 사랑했고 그러다 연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제가 연영과 출신이 아니라 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MBC 드라마 ‘궁’으로 행운아처럼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님은 당시 MBC의 최고 스타 PD셨어요. 제가 살갑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었죠.”

그래서 ‘신과 함께’ 시리즈를 함께 한 배우 하정우가 ‘비공식작전’의 김성훈 감독과 편하게 대본리딩을 갖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주지훈 역시 김감독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1’을 함께 했다.

“정우 형이 처음부터 대본을 완독하니 감독님이 엄청 좋아하셨어요. 배우가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해도 된다는 걸 처음 알았죠. 다른 배우가 완독한 내용을 들으니 제가 몇 번을 읽어도 찾지 못한 지점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이후 주지훈은 다른 작품을 할때도 연출자 앞에서 대본 완독을 하곤 한다. 그는 “영화는 2시간이면 끝나는데 드라마는 최소 8부작 이상이다. 그래도 PD님들은 배우가 연출자 앞에서 대본리딩을 완독하고 싶다고 하면 다 좋아하셨다”며 “‘하이에나’를 연출한 장태유PD님도 50살이 넘었는데 엄청 좋아하셨다. 장PD님과 4평 반짜리 방에서 12시간 이상 대본리딩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은 주지훈에게 ‘연기스승’인 셈이다. 주지훈은 “개인적으로 정우 형과 자주 만나고 여행도 함께 다닌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에 대해서는 “원래 신뢰하는 감독님인데 ‘비공식작전’을 촬영할 때 3개월에 걸쳐 세도시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감독님의 집착과, 영화에 대한 애착이 빚어낸 8분 카체이싱을 보며 새삼 놀랐다. 정말 동경하는 영화인이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지훈 본인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레바논 현지에서 호객행위하는 판수 역을 위해 몸무게를 12Kg 증량하느라 통풍과 이명을 겪었다. 그럼에도 역할을 위해 살을 찌웠다 빼는 배우들이 워낙 많다보니 그의 노력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주지훈은 “20㎏은 찌웠어야 했다”고 웃었다.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 촬영한다 해서 반팔만 챙겨갔는데 심한 모래 바람 때문에 급하게 현지에서 패딩 점퍼를 사 입었다. 비염 환자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즌이라 30시간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화제의 카체이싱 장면을 촬영할 때는 뒷좌석에 앉은 하정우와 오재석 서기관 역의 배우 임형국의 안전을 배려하느라 부담을 짊어지기도 했다.

그는 이 장면이 할리우드 스타 톰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원’의 카체이싱 액션과 비교된다는 칭찬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 출연료는 톰 크루즈 몸값의 5분의 1도 안 되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생한만큼 주지훈은 ‘비공식작전’에 진심이다. 그는 “작품에 쏟아부은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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