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 대표 강속구 투수 안우진(24·키움)도 부상 악령을 피해가지 못했다. 안우진은 팔꿈치 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다. 이정후에 이어 안우진까지 수술대에 오른 키움은 내년시즌 전력 자체를 원점에서 새로 다져야 한다. 키움의 남은 20경기는 내년 시즌을 향한 밑그림을 강제로 그려야 하는 시기가 됐다.
안우진의 부상에 “그동안 무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산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에 이어 올시즌 최다이닝 2위(150.2이닝)에 올랐다. 최다이닝 톱5에는 KT 고영표(144.2이닝)만 포함돼있다.
수치만 보면 각 팀의 소비전력인 외국인 투수만큼 던졌다. 키움 팀 사정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타선 침체로 악전고투했고, 선발진이 붕괴하기도 해 안우진이 아니면 승리를 따낼 기회 자체가 적었다. 모든 팀의 에이스가 짊어져야 할 숙명인데, 외국인 농사도 썩 만족스럽지 않아 하중이 더 걸린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안우진은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 속 풀타임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4년 차였던 2021년 처음 100이닝을 돌파(107.2이닝)했고, 지난해 196이닝을 던졌다. 던진 이닝이 많았으므로 스프링캠프에서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시즌 개막 후에도 전후반기에 한 번씩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최대한의 배려를 했다.
그런데도 시속 160㎞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안우진은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철저하게 관리해도 부상을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투타 겸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오타니 쇼헤이도 2018년 이후 5년 만에 팔꿈치를 수술한다.
공을 던지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하중이 팔에 집중된다. 근력뿐만 아니라 유연성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팔에 걸리는 부하를 분산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어깨와 팔꿈치에 걸리는 하중을 분산하는 건 어릴 때부터 체득해야 한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각자 타고난 근력과 유연성을 유지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아마추어, 특히 리틀 야구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 공을 제대로 던지는 선수가 없다. ‘제대로’라는 의미는 빠르고 멀리 던지는 게 아니다. 부드러운 스윙, 원활한 중심이동에 더해 다치지 않을 폼으로 정확하게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하체가 따로 놀거나, 몸의 회전력이 아닌 팔심으로만 던지는 학생선수가 대부분이다.
야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공을 던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잘못된 폼이 몸에 밴다. 성장이 빠르고 근력이나 유연성을 타고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경기에서 체득한 기술로 프로에 지명되는 빈도가 높다. 프로 선수인데, 캐치볼을 제대로 하는 선수가 갈수록 주는 이유도 ‘개인의 운동능력’에 의존한 아마추어 시스템 탓이다.
원로들은 “캐치볼을 정확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줄 코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어떻게 던져야 부상을 예방하고, 힘이 아닌 회전력으로 공을 멀리 정확하게 보내는지, 각자 다른 신체적 특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코치가 프로에서도 귀한 게 사실이다. 요즘에는 이상한 문화가 스며들어 코치가 선수의 폼이나 훈련방식에 손대는 것을 금기시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부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관리 여부에 따라 그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은퇴 시점까지 늦추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 관리가 ‘휴식’이라는 한 가지 방법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생애 성장 주기별 특성에 맞는 훈련 매뉴얼을 정립해야 한다. 갈수록 낮아지는 KBO리그 수준에 야구인들이 혀만 차고 있을 때가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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