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저 고양이가 내 커피를 마셨어! 나 고양이 무섭다고요! 나에요? 고양이에요?”
별 일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떠는 여성 영숙, 그런 여성의 아연실색에 공감하지 못한 채 마냥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남성 상철. 두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속이 터진다. 최근 화제 속에 방송 중인 SBS 플러스, ENA ‘나는 솔로’ 돌싱 특집 2탄(16기)의 한 장면이다.
정체된 방송가에 예능인도,유튜버도 아닌,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차례 이혼의 아픔을 겪은 돌싱들은 차원이 다른 솔직한 매력으로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솔로지옥’ 등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일반인 유사 연애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안기며 맹활약 중이다.
‘나는 솔로’는 단연 화제성 1위다. 특히 최근 방송 중인 16기 편은 “‘나는 솔로’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안 통할 정도”라는 말이 돌 정도로 강한 마라맛 중독성을 안기며 2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114회 시청률은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6.5%(SBS플러스 4.0%, ENA 2.5% 합산 수치)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최고 시청률은 8.2%까지 치솟기도 했다.
‘나는 솔로’ 돌싱 특집의 매력은 ‘날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돌싱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랑을 쟁취하는데 숨김이 없다. ‘이렇게 적나라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인간 군상들이 담겼다.
여기서 더 나아가 출연자 간 뒷담화, 이간질부터 말다툼까지 초유의 사태도 벌어진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출연자이기 때문에 담아낼 수 있는 진정성을 그 어떤 포장지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SBS ‘짝’을 연출한 남규홍 PD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재치있는 연출도 이를 부각시키는데 한몫한다.
또한 이번 회차에는 영숙, 광수, 영철까지 ‘빌런’이 한두 명이 아니다. 빌런이 한 명만 있어도 흥미로운데, 여러 명이 얽히고설켜 있으니 웬만한 드라마보다도 재밌다. 매회차마다 바뀌는 빌런에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악플에 시달리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고공행진 중이다.
‘나는 솔로’는 돌싱특집마다 재미를 봤다. 영식과 영수, 정숙 등의 수많은 패러디 영상을 탄생시켰던 10기 역시 돌싱특집이다. 10기는 마지막회에서 4.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ENA·SBS플러스 합산)의 시청률을 달성, 당시 론칭 이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그램 출범부터 돌싱에 초점을 둔 ‘돌싱글즈’ 역시 순항 중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돌싱글즈4’ 9회 방송 시청률은 3.8%(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시즌4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한 번 경신했다.
‘나는 솔로’가 날 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면 ‘돌싱글즈’는 돌싱들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나는 솔로’ 돌싱특집은 화제성은 높지만 연애 예능다운 설렘이나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돌싱글즈4’는 휴양지인 멕시코 칸쿤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 아래 교포들의 이혼사라는 새로운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매칭 이후에는 동거 생활까지 이어지며 돌싱남녀 관계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는 게 차별점이다.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스펙을 갖춘 ‘돌싱글즈4’ 출연진들은 미국 특유의 개방적인 문화 속에 있다보니 이전 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이고 솔직한 모습들로 매회차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댄서 배윤정의 전 남편인 제롬이 돌싱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돌싱남녀를 내세운 ‘나는 솔로’와 ‘돌싱글즈4’는 경쟁보다는 공생의 느낌이 강하다. ‘나는 솔로’ 돌싱특집 1탄에 출연했던 10기 옥순과 ‘돌싱글즈3’ 출연자 유현철이 방송 이후 인연을 맺고 교제를 시작, 재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많은 경험과 아픔을 겪은 돌싱 출연자들의 솔직함과 진솔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들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이 기존 연애 예능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다만 일반인 출연진들인 만큼 갈등과 논란에만 초점을 맞추는 제작진의 연출에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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