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미국 Z세대의 우상으로 꼽히는 팝스타 포스트 말론(27·Post Malon·오스틴 리처드 포스트)의 한국 애칭은 ‘포서방’이다. 지난 2020년 한국인 래퍼 멜로와 교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딸을 낳고 아빠가 된 뒤 아이 엄마가 당초 교제 하던 래퍼 멜로가 아닌 한국인 유학생이라는 설이 제기됐기도 했다.
당사자가 아이 엄마의 국적을 함구했지만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1전시장 4·5홀에서 열린 그의 첫 내한 콘서트는 ‘포서방’이라는 애칭에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연이었다.
K팝 슈퍼스타 블랙핑크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말론은 서툴지만 진심어린 한국어와 각종 하트로 3만 여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공연장은 시작 전부터 응축된 흥분과 열기로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한 손에 맥주가 든 컵을 들고 등장한 말론은 첫 곡으로 ‘베터 나우’(Better Now)를 택해 관객의 열기를 ‘떼창’으로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과거 군위문프로그램인 MBC ‘우정의 무대’속 군인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이 시대 최고의 ‘힙스타’를 반겼다.
장르 불문 ‘멜팅 팟(melting pot)’팝의 제왕이라 불리는 그는 힙합, 록, 브리티시록, 컨트리, 발라드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80여 분간 쏟아냈다. 때로 록스타처럼 뜨겁게 무대를 달구다 힙합가수처럼 거친 욕설을 내뱉더니 급기야 앙증맞은 안무를 곁들인 감미로운 발라드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테이크 왓 유 원트’(Take What You Want)나 대표곡 8주 연속 빌보드 ‘핫100’차트 1위를 차지한 대표곡 ‘록스타’(Rockstar)를 부를 때는 단전에서부터 뽑아낸 거친 샤우팅을 뽐내다가바닥을 헤집고 관객을 향해 무릎을 꿇어 관객의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오버나우’(Over Now)를 부를 때는 블랙핑크 티셔츠를 벗고 웃통을 벗어 제껴 복부를 가득 채운 타투를 자랑했다.
말론은 공연장을 불태울 듯 화염조명과 불꽃을 아낌없이 쏘아 올렸고 드럼과 기타는 물론 첼로, 바이올린 등 현악 4중주까지 동원해 풍성한 사운드로 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반면 ‘아이라이크유’(I Like You) 처럼 달콤한 러브송을 부를 때는 골반을 퉁퉁 튕기고 양발을 교차하는 앙증맞은 안무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포크 발라드 곡 ‘필링 위트니’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신체는 물론 얼굴까지 타투로 뒤덮고 관객을 호령하던 카리스마 넘치는 덩치 큰 사내의 유연한 웨이브에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공연 중간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예의바른 인사를 전했고 “맥주 좀 더 주세요”라고 외쳤다. 맥주를 마시기 전에는 “짠”이라는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말론은 깜짝 객석 관객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한국에 도착해 공항에서 마주쳤다는 여성 팬을 무대로 초청해 함께 히트곡 ‘스테이’(Stay)를 부른 것이다. 그는 팬이 선물한 갓을 쓰고 깜찍한 포즈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1년 데뷔한 포스트 말론은 지금 팝 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가수 중 하나다.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른 ‘서클스’(Circles), 8주 연속 빌보드 ‘핫100’차트 1위를 차지한 ‘록스타’(Rockstar) 등으로 수차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을 밟았다. 2019년 발매한 정규 3집 ’할리우드스 블리딩‘(Hollywood’s Bleeding)은 수록곡 전곡이 ‘핫100’에 진입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 선보인 정규 5집 ‘오스틴’(Austin)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첫 내한 공연은 공연장 위치부터 연령제한까지 숱한 화제를 낳았다.
당초 말론 측은 대규모 공연을 고집했다. 하지만 5만 여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이달 초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고 2만 5000여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은 막바지에 접어든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로 대관이 불가능했다. 6만 여 관객이 관람 가능한 상암월드컵 경기장은 같은 날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가 개최됐다.
부족한 한국의 공연 인프라에 급기야 말론은 킨텍스 전시홀 4·5홀을 트고 임시로 단차를 높인 객석을 만들어 3만 여 관객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었다. 예매 전부터 음주가 가능한 19금 공연임을 고지해 팬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볼거리만 풍성했던 게 아니다. 올해 아빠가 된 말론은 공연 후반부 히트곡 ‘투 영’(Too Young)‘을 부르기 직전 “요즘 내 모든 순간은 나의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며 “여러분도 모든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며 사랑하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급기야 예정된 공연 시간 70분을 넘겼지만 말론은 영화 ‘스파이더맨’ OST로 유명한 ‘선플라워’를 앙코르곡으로 부르며 다시금 관객을 만났다. 대형 태극기가 무대 위에서 펄럭였다.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오게 돼 감사하다. 조만간 다시 만나자”며 “이 세상에 당신만큼 멋있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자신감의 원천은 자신을 사랑하는 말론 그 자체였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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