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전북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 들었다.

전북은 4일 태국 방콕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콕 유나이티드와의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2-3 패했다.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 면에서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콕은 경기 내내 전북을 상대로 거세게 몰아붙이며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슛 횟수는 전북이 12회, 방콕이 11회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정면 승부를 통해 나온 패배였기 때문에 전북은 핑계를 대기 어렵다.

우려했던 결과다. 전북은 최근 경기력이 바닥을 쳤다. ACL 1차전에서는 F조 최약체로 꼽히는 킷치SC(홍콩)를 상대로 졸전을 벌였다. 간신히 2-1 승리할 정도로 경기력이 나빴다. 이어진 K리그1 광주FC전에서는 극단적인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가동했고, 행운의 골로 승리했다. 하지만 지난 라운드에서는 대구FC에 완패하며 파이널B에 해당하는 7위로 추락했다. 전북은 승점 46을 기록 중이고 대구FC가 48점으로 4위,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가 나란히 47점으로 5, 6위에 자리하고 있다.

‘방콕 참사’ 그 자체보다는 이에 따라 발생하는 후폭풍이 더 문제다. 전북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33라운드 서울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파이널B 추락이 확정된다. 패하면 무조건이고, 비기면 인천과 울산 현대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자타공인 K리그 절대 1강이었던 전북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아시안게임에 주력 선수 5명(백승호 박진섭 송민규 김정훈 박재용)을 보내 발생한 전력누수가 있긴 하지만, 전북은 원래 이 정도 핸디캡은 극복해야 하는 팀이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서울전 승리가 절실하다. 전북은 체력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상대인 서울은 일주일간 푹 쉬며 전북전을 집중적으로 준비한다. 반면 전북은 기온 28~29도, 습도 70%의 극한의 환경에서 경기를 한 뒤 전주로 돌아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서울전에 나서야 한다. 팀의 주력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며 체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정상 컨디션으로 서울을 상대하기 어렵다. 방콕을 이겼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충격 패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황에서 극한의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계속되는 부진 속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전북은 최근 경기력뿐 아니라 선수단의 공기까지 어두워진다는 내외부의 우려를 산다. 새 사령탑인 단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에서 구심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만약 전북이 파이널B로 추락한다면 남은 ACL 조별리그, 그리고 FA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역대 전북이 경험하지 못한 성적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서울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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