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디즈니+ ‘무빙’에서는 사랑스럽고 현명했다. tvN ‘어쩌다 사장3’에서는 유창한 영어와 일본어 실력을 선보이며 호감도를 높였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어색한 캐릭터는 상반기 달성한 ‘커리어하이’를 순식간에 잊게 만들었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독전2’는 여러모로 전작과 비교당하는 비운의 작품이다. 특히 한효주가 연기한 큰칼은 ‘독전1’의 진하림(故 김주혁 분), 보령(진서연 분)이 비교군이다. 마약 중독자에 무시무시한 기운을 가진 두 인물을 대체했어야 했다.
진하림과 보령은 살아있는 듯 스크린 속에서 활개친 악역이다. 대사도 많지 않고, 극단적인 표정과 행동을 주로 표현했지만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큰칼에게도 진하림과 보령이 보여준 강렬한 한방이 필요했다. 큰칼은 이 선생(티지마 분)의 최측근이자 마약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단하는 캐릭터다. 작품 내에서 죽게 되더라도 ‘거대 악이 제거됐다’는 안도감을 줄 정도의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등장까지는 좋았다. 한효주의 미모를 완벽히 지웠다. 지저분한 피부와 큰 안경, 틀니를 낀 얼굴은 파격에 가까웠다. 팔과 다리는 물론 배와 옆구리에 깊게 그어진 상처와 군데군데 적절히 섞인 근육까지, 큰칼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상상력을 부여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외형의 변화만으로 연기 변신을 이루기에는 2% 부족했다.한효주는 큰칼의 아우라를 살리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인상과 달리 말투나 행동, 눈빛에 강한 힘이 담기지 않았다. 그저 광기를 연기하는 인상을 안겼다. 큰칼에게는 광기가 더 필요했다.
존경하는 이 선생에게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결핍은 대사로만 표현됐다. 어릴 적 무시당한 아픔을 지닌 큰칼의 불안은 온 몸으로 분출되지 못했다. 때문에 브라이언(차승원 분)과 대치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배신자의 목을 단숨에 자르는 장면은 자극적이기만 했다. 서영락(오승훈 분)을 죽이려 할 때조차 공포가 생기지 않았다.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응원할만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만 컸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취를 엿볼수 없었다. 퇴장조차 허무했다. 극 중 큰칼은 다툼을 이어가다 갑자기 사라졌다. 영화 ‘독전’의 오연옥(김성령 분)처럼 장치적으로 활용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해 긴 서사를 부여한 큰칼을 허무하게 퇴장시키는 건 스스로 만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 다름없다. 설정부터 전략이 틀린 셈이다. 연출과 기획의 실패조차 한효주가 책임을 지는 그림이 됐다.
‘독전2’는 공개 직후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독특한 플롯을 가진 ‘독전’을 흔하고 뻔한 복수극으로 전락시킨 대목이나, 미드퀄을 내세워놓고 굳이 결말을 마음껏 뜯어고친 부분, 서영락과 조원호 대신 다른 인물에 서사를 부여하다 엉뚱한 인물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부분 등 오랜 ‘독전’ 팬들이 불편해할 포인트가 많다.
여기에 한효주의 연기까지 아쉬움을 남기면서 ‘독전2’에 대한 불호를 더했다. 노력한 점이 분명히 엿보이지만, 성취는 뒤따르지 않은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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