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승강제 정착 10년. 희대의 사건이 터졌다.
수원 삼성의 K리그2 강등은 프로 축구에 엄청난 충격을 안기고 있다. 과거에도 기업구단이 강등된 사례는 있다.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 아이파크는 여전히 2부 리그 소속이고, 제주 유나이티드도 강등됐다 다시 승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수원은 소위 ‘빅클럽’으로 불린, 화려한 과거가 있는 팀이다. 그뿐 아니라 엄청난 팬덤을 확보한 팀이라 사건의 충격파 차원이 다르다.
수원의 강등에 K리그 각 구단, 특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팀은 긴장하고 있다. ‘누구나 강등될 수 있다’라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기 때문이다. 강등 경험이 없는 한 기업구단의 관계자는 “수원은 리그에서 여러 팀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감정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강등되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마냥 웃으면서 볼 수만은 없는 일 같다. 수원의 강등은 승강제에서는 어떤 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 아닌가 싶다”라며 “남의 일은 아니다. 우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 않겠나. 우리 팀도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원처럼 되지 않으려면 긴장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원 강등 원인으로 지도자나 선수단 부진 외에도 사무국의 무능력과 안일함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지도자도 부족했고, 선수도 못해서 떨어졌겠지만, 그보다는 사무국으로 화살을 돌리는 관계자, 팬도 많다.
수원은 몇 년째 감독을 방패막이 삼아 간신히 강등 위기를 넘겼다. 제대로 지원도 안 해주면서 성적이 부진하면 새로운 감독을 금세 선임해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으로 연명했다. 김병수 전 감독 선임 전까지는 의미 없어 보이는 ‘리얼 블루’ 정책으로 일관하며 리더십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수원 사무국이 더 안일했던 부분은 선수 스카우트,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거르고 구단에서 선택한 선수를 뽑기를 반복했다. 과거에 비해 예산 규모가 줄었지만 강등 당할 정도는 아니다. 효율적으로 쓰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적지 않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패한 외국인 선수 이름을 나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원의 외국인 선수 영입 실력은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지난해 이미 강등 직전까지 다녀온 경험이 있다.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는데, 사실상 큰 변화 없이 올시즌을 그대로 준비했다. 담당자도 그대로,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것까지 그대로였다. 모두가 “저렇게 하면 또 강등 위기에 직면한다”라고 예고했지만, 수원 사무국은 주변 얘기는 듣지 않고 앞만 보고 갔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무시하고 갔으니 차가 퍼질 수밖에 없다. 수원의 강등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승강제는 잔인하다. 안일한 팀에게 확실한 참패의 결과를 준다. 수원뿐 아니라 모든 팀이 해당할 수 있다. 내년에 또 어떤 팀이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최근에는 중하위권 전력 차가 크지 않아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수원의 강등은 K리그 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계기로 우리도 스카우트, 지원, 홍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팀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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