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기자] “‘연인’을 쓰는 과정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조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시청률 1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둔 MBC ‘연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는 산고의 괴로움을 이같 표현했다. 배우 남궁민, 안은진 주연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 분)의 사랑과 청에 포로로 끌려간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역사 멜로물이다.

흔히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이 삼전도의 굴욕과 심양으로 끌려간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과 달리 ‘연인’은 소현세자와 함께 심양으로 끌려갔던 포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전하고 패배 후 누구보다 고초를 당한 백성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황진영 작가는 이런 전쟁을 겪었음에도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게 ‘연인’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사랑을 위해 몸을 던지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그렇지만 기존 병자호란을 다룬 역사 콘텐츠에서 수만여명의 포로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것에 의구심을 느꼈어요. ‘연인’ 초반에 멜로의 축은 살리되 ‘병자호란’을 내려놓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듣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포로 송환 후 재회한 가족, 포로 생활 중 서로를 돕는 이들, 포로들의 맹렬한 생의 의지 등 이런 간절한 포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더 강해졌습니다.”

국내 사극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주제인만큼 작가는 자료조사에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제왕의 딸, 수백향’(2013),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2017) 등 다수의 사극을 집필했던 경험을 살려 ‘연인’을 완성했다.

“포로와 관련된 사료가 매우 부족했죠. 포로 시장, 거래 현장, 도망친 포로들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선왕조실록’, ‘심양일기’, ‘심양장계’ 등 포로 시장에 대해 한 줄이라도 정보가 있을만한 자료는 모두 참조했고 빈 곳은 상상력으로 채웠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초반 청나라와 조선의 역학관계를 다룬 지점입니다. 삼전도의 굴욕에 집중했던 기존 콘텐츠와는 다르게 주화파와 척화파의 갈등을 담았습니다. 가장 역사적 사실에 근접하다 생각되는 부분을 선택했고 많은 역사학자들의 저작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가상 인물인 장현과 길채가 실존 인물인 인조, 소현, 강빈 등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것도 ‘연인’의 특징 중 하나다. 황진영 작가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주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 번 퇴고한 덕이라고 강조했다.

“가상 인물과 실존 인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했어요. 장현이 직접 노진에 뛰어들어 칸과 용골대를 만나고, 길채가 원손의 아이를 안고 뛰거나 장현이 소현과 연을 맺는 구성을 수차례 퇴고했어요. 길채가 심양으로 끌려가는 개연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실제 인조가 유시문을 반포했던 상황으로 길채를 휘말려 들어가게 했어요. 속환 과정 역시 실제 조선 포로의 속환 과정과 속환의 어려움 등의 자료를 연구해 재구성했습니다.”

작가의 노고가 곳곳에 스며든 ‘연인’이지만 파트 1 방송 당시에는 주연 배우 안은진의 미스 캐스팅 논란, 마거릿 미첼 원작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유사성 때문에 ‘작가가 오랑캐’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시청자들 역시 ‘연인’에 스며들었고 안은진을 향한 미심쩍은 시선도 애정으로 바뀌었다.

“초반 길채의 얄미운 모습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밀어붙여야 길채가 성장한다 생각했죠. 길채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만큼 안은진 씨에게 모난 부분을 감싸지 말고 과감하게 연기해달라 부탁했습니다. 때문에 안은진 씨의 연기는 ‘괴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1년간 이어진 고된 촬영 기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집중력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희로애락이 살아있는 길채를 완성해줬어요.”

‘연인’을 마무리하는 황작가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항상 재미와 감동도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욕심을 품었어요. ‘연인’에서도 장현의 사랑과 길채로 대변되는 포로들의 생의 의지가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길 바랐죠. 그들 덕에 마음이 포근해졌다면 ‘연인’의 목적을 넘치게 달성한 것 같아요. 첫 대본 리딩 때, ‘연인’을 선택한 모든 분들이 뿌듯한 결실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그 소망이 이뤄져 작가로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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