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삼성동=김동영기자] “2017년 기억나네요.”
NC 박건우(33)가 그렇게 원했던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데뷔 첫 수상. 예상하지 못했단다. 크게 실망한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기대했다가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6년 전 기억을 다시 꺼냈다.
박건우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홍창기(LG)-구자욱(삼성)과 함께 나란히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2023시즌 130경기, 타율 0.319, 12홈런 85타점, OPS 0.877을 쐈다. 손아섭-박민우와 함께 막강 타선을 구축했다. 시즌 전 최하위 후보라 했던 NC였지만, 박건우 등의 활약이 있어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는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이어졌다. 총 291표 가운데 139표를 받아 홍창기(258표·88.7%), 구자욱(185표·63.6%)과 함께 황금장갑을 움켜쥐었다. 2009년 데뷔 후 15시즌 만에 수상한 골든글러브다.
사실 더 일찍 받을 수 있었다. 2017년이다. 당시 131경기, 타율 0.366, 20홈런 78타점, OPS 1.006을 폭발시켰다.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라 했다.

그러나 수상에 실패했다. 이 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는 손아섭(당시 롯데)-최형우-로저 버나디나(이상 KIA)가 받았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손아섭-최형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버나디나보다 못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당시 박건우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왔다. 빈손으로 돌아갔다. 6년이 흘렀고, 이번에는 당당히 수상자가 되어 돌아가게 됐다.

시상식 후 박건우는 “야구 커리어를 보내면서 받은 상도 많지만, 골든글러브는 꼭 받고 싶었다. 받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한편으로 보면, ‘이정후가 없어서 내가 받을 수 있었구나’ 싶은 마음도 사실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오래 걸렸다고 하지만, 이게 마냥 기다린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은 또 아니지 않나. 솔직히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기대는 했지만, 과거 실망만 하고 돌아간 적도 있다. 그냥 (손)아섭이 형 수상하면 축하한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덧붙였다.

2017년 골든글러브 당시도 떠올렸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받을 줄 알았다. 많이 아쉬웠다. 그때 케이크로 만든 골든글러브를 보내주신 팬이 있다. 진짜 금색으로 케이크를 만드셨더라. 그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아울러 “진짜 이 골든글러브 받고 싶었다. 정말 멋있어 보인다. 시즌이 끝나면 허무할 때가 많다. 멍할 때가 있다.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 ‘한 해 보상받는구나’ 싶은 상을 받았다. 너무 행복한 하루다”며 활짝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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