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집안은 다 이유가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도 했다. 열이 전체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횡령건으로 눈총받는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보여준 ‘하나’의 예가 있다.

707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직 우리은행 직원 2명의 2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받았는데, 문제는 횡령금의 회수 여부다. 현재 회수율은 단 1.2%에 불과하다. 고객이 맡긴 소중한 돈을 지키지 못했고 제대로 회수도 못하고 있다. 신뢰로 먹고사는 은행으로서 실격이다.

과연 707억원이라는 거금 중에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까. 언론 또한 촉각을 세워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본지는 2심 결과가 나온 뒤, 우리은행 홍보팀에 전화를 했다. 홍보는 기업 이미지 관리와 함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미디어를 통해 기업 내용이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본지는 해당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도 있기에 기초적 사실부터 문의했다. 그런데 우리은행 홍보 담당자는 횡령금 회수를 위해 어떻게 애쓰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에 대한 설명보다 취재진을 윽박지르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테면 이런 반응이다. 기자가 “은행에선 707억원의 행방을 모르는지?”라고 물어보니, 우리가 뭘 모르냐. 검찰에서 형사재판 중인데, 그건 알고 있냐. 재판 결과 나오고 추징선고 확정전까지 우리가 뭘 더 하라는 거냐. 은행이 액션을 취하면 추징선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식의 태도였다.

기자가 재차 707억원 회수에 대해 문의하니, 재판 중인 건 알고 있냐. 뭘 알고는 얘기하는거냐. 이제 이해됐냐.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말하면 나도 감정이 상한다는 투로 대꾸했다.

기자는 통화 중간에 “싸우려고 전화한 게 아니다”라고 상대를 진정시켰고 말미엔 사과까지 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러나 우리은행 담당자는 줄곧 고압적이며 때론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2심 결과가 이미 나왔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반론 및 회수를 위한 내부의 노력에 대한 확인이었다. 우리은행이 질타당하고 있지만, 반론할 부분이 있으면 기사에 추가하는게 기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아직 신입이라 그랬을까. 우리은행 측 중간간부의 답변은 재판 중이니 은행은 할 게 없다. 또는 제대로 알고 물어봐라는 투로 일관했다. 그의 태도엔 자신의 조직을 대변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은 없었다. 조직내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채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하루종일 707억원 횡령건 때문에, 계속 시달리다 보면 지칠 수 있다. 감정소모 역시 심할 것이다. 그건 이해하지만, 이날 소통을 전담하는 우리은행 홍보팀의 태도는 자해행위에 가까운 ‘해사행위’에 준한다.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드는 ‘적반하장’ 꼴이다.

우리은행은 2022년 707억원 횡령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내부직원에 의한 자금 유출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서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연이어 드러난 횡령사고는 내부감시와 통제, 그리고 처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

이런 부실은 시스템의 문제이고, 이는 애당초 구성원 개인의 부실에서 움튼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우리은행이 횡령 사건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반드시 단속하고 정비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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