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가고시마=김용일 기자] 마침내 ‘그’가 한국 땅을 밟았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은 물론,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공격수 제시 린가드(32)가 K리그1 FC서울 입단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취재진과 서울 팬 등 수백 명이 린가드의 입국 현장을 찾았다. 검은색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착용한 그는 장시간 비행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일부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 촬영에 응하는 등 ‘특급 팬 서비스’까지 뽐냈다.

서울 구단 관계자도 린가드 마중에 나섰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호 인력을 배치해 안전하게 공항을 빠져나가도록 했다.

린가드는 6일 메디컬 테스트를 시행할 예정이다. 결격 사유없이 통과하면 8일 입단 기자회견한 뒤 9일 서울의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 합류한다.

2022~2023시즌을 끝으로 노팅엄 포리스트를 떠난 그는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해 왔다. 최근까지 재기를 노리며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포함, 새 행선지를 찾다가 FC서울과 연결됐다. 에이전시 ‘메이드인풋볼’에서 린가드의 협상을 진행했으며, 본격적으로 서울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서울은 내부 핵심 관계자끼리만 린가드 협상 사실을 공유했을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했다. 린가드가 최근 9개월 가까이 실전 공백을 겪은 만큼 몸 상태를 체크하고자 복수의 구단 관계자가 잉글랜드로 날아가기도 했다. 2024시즌 ‘김기동호’ 체제에서 명가 재건을 그리는 서울은 린가드가 충분히 K리그에서 재기할 수 있다고 확신을 품었다. 협상 속도를 냈다. 린가드도 아시아 무대에서 제 기량을 다시 펼치고 싶다는 뜻을 품으면서 150만불(20억 원) 수준의 연봉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린가드는 입국 전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여러 짐을 두고 한국행 비행기 탑승을 알리는 안내 모니터가 담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찌감치 에이전트를 서울로 보내 생활 환경 등을 살피면서 ‘FC서울맨’으로 변신할 준비를 해왔다.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K리거 린가드’의 모습을 볼 전망이다.

린가드의 입국에 가고시마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서울 선수단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스완지시티 등 EPL에서 뛸 때 린가드와 직접 겨룬 적이 있는 베테랑 기성용은 “한국에 오는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며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실력에 대한 의심이 없다. 내가 잘 도와줘야 할 것 같다. 팀이 얼마나 기대하는지, 팬의 반응이 어떠한지 등 여러 얘기를 해주겠다”고 반겼다. 임상협도 “린가드가 합류하면 어떻게 동료와 호흡을 이룰지 다들 궁금한 게 사실”이라고 웃었다.

‘수장’ 김기동 감독도 “린가드 상황은 계속 보고받았다. 처음엔 (린가드의 K리그행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는데, 와서 잘 해주겠지”라며 기대를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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