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투산=김민규 기자]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는지 되짚어봤다.”

기회가 왔지만 살리지 못했다. 기대했던 만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래도 NC 미래를 이끌 주역임에는 이견이 없다. NC 원조 ‘오마산’ 오영수(24)의 얘기다. 욕심을 내려놓은 듯 차분해진 오영수는 스스로를 “다듬기 힘든 원석”이라며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올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1일(한국시간) NC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 리드 파크 에넥스필드에서 배팅과 수비 등 묵묵히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오영수를 만났다. 지난해 캠프에서 자신감 충만한 오영수였다면 올해는 마음 속 욕심을 비운(?)것 처럼 편안해 보였다.

훈련 후 만난 오영수는 “올해는 차분하게 불필요한 부분에 체력 소비를 하지 않으면서 캠프에 임하고 있다”며 “지난해 부상이 제일 큰 위험요소라는 걸 깨달으면서 하나하나 바꿔가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좀 쳐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장타력이 강점인 오영수는 군 전역 후 2022시즌에 83경기에 나서 타율 0.238 6홈런 31타점을 적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주전 1루수를 꿰찼고,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NC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 잡으면서 기세가 오래 이어지진 못했다. 2군(퓨처스)리그에서 절치부심한 오영수는 시즌 후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내려놓기’였다. 더불어 이번 캠프 시작 전에는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사파초등학교 은사님인 강영수 감독을 만나 조언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오영수는 “내가 어떻게 프로에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은사님이신 강영수 감독님을 찾아갔다”며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초등학교 때 내가 했던 훈련을 다시 물어보고 배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옛날 스타일 훈련이긴 한데, 공을 엄청 많이 치면서 좋은 감각을 몸으로 익혔다. 훈련을 하면서 몇 개 찾은 것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캠프 가기 전과 캠프에서도 우리 코치님들이 내 타격을 보고 편안해 보인다고 했다. ?? 코치님도 나를 보고 ‘지금 너무 좋다’고 말했다”며 “나는 하나의 기술을 얻기 위해 엄청난 훈련을 해야하는 스타일이다. 혼자 될 때까지 몸에 익히고 훈련하는 것이다. 정말 나는 다듬기 힘든 원석 같다”고 강조했다.

초심을 찾은 효과가 있을까. 그는 “마음이 편안하다. 감정 소비도, 혼돈도 없다. 원래 캠프를 시작하면 ‘내가 이렇게 준비를 잘 못했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올해는 뭔가 잘 되고 있는 기분이다”며 “데이비슨 선수가 와서 조급하지 않은 마음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NC 새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올시즌 4번 타자 1루수로 낙점이다. 강인권 감독은 지난해 주전 1루수였던 오영수가 데이비슨을 바람막이 삼아 더 배우고 성장했으면 하는 진심이다.

강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오)영수가 1루를 도맡아 부담감도 컸고 결과가 안 나왔을 때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컸을 것”이라며 “영수가 결과에만 조급해하지 말고 좀 더 넓게 생각하고 크게 봤으면 좋겠다. 바람막이 데이비슨이 왔기 때문에 함께 호흡하고 훈련하면서 장점들을 보고 더 성장하면 영수도 앞으로 NC를 대표하는 선수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영수도 사령탑의 진심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데이비슨이 오면서 나도 뒤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 오히려 데이비슨이 있음으로써 내가 살짝 한발 뒤로 물러서서 좀 넓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데이비슨이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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