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이렇게 따뜻한 미움은 처음이에요.”

다채로운 변신을 거듭했던 배우 서현우가 데뷔 이후 첫 악역을 임팩트있게 소화했다. 그는 최근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장발에 금니를 한 저격수 이성조로 분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서 서래(탕웨이 분)의 중국인 재혼남 사철성이나 ‘유령’(2022)의 후덕했던 천계장으로 그를 기억했던 관객과 시청자들은 “그 서현우가 맞아?”라고 할 정도로 기존 이미지를 전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성조는 극중 정진만(이동욱)의 조카인 정지안(김혜준)을 살해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그를 쫓은 인물이다. 겉보기에는 인간적이고 능청스러워 보이지만 지안을 죽이기 위한 강한 집념으로 똘똘 뭉쳤다.

“성조는 장발과 금니라는 외적인 요소 외 제가 그건 연기했던 인물과 달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성조 특유의 위트가 재미있어서 이 역을 맡겠다고 했죠. 금니를 어디다 착용할지 고민하다 야생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아랫니에 씌웠어요. 치아에 뭔가 덧씌워지며 구강구조가 틀어져 성조만의 독특한 발음이 탄생했죠.”

주인공을 쫓는 킬러지만 마냥 미워할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넘친다. ‘미움받는 악역’인 만큼 지인들에게 극중 대사처럼 “네가 먼저 성불하라”는 덕담 아닌 덕담을 종종 듣기도 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연기한 악역이었어요. 이렇게 미움 받은 것도 처음이지만 그 미움이 따뜻하게 느껴졌죠. 인상적인 건 외국 팬들의 반응이었어요. 외국인 팬들이 제 SNS에 와서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다’는 댓글을 남겼거든요. 세계적인 OTT플랫폼의 힘을 실감했고 제가 혹여 작품에 민폐를 끼치지 않았나 가슴을 졸였죠.”

서현우는 성조의 외양 뿐 아니라 총기 사용법도 깊이 고민했다. 총기 사용 연기는 예민하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했다. 군필자가 적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시청자들이 ‘매의 눈’으로 관찰하기 때문이다.

“과거 영화 ‘유체이탈자’(2021) 때 혹독하게 액션 수업을 받아 액션 연기를 준비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어요. 성조가 저격수이기 때문에 도드라지는 색을 피하고 거칠고 단조로운 코트를 입어서 사냥꾼답게 보이려 고민했죠. 저격용 총에 스티커를 붙여 성조만의 특성을 살리고 싶었지만 스티커가 반사되며 위치가 파악될 수 있다고 해 피했습니다. 유튜브에 있는 외국 용병들의 영상을 자주 살폈어요. 그분들의 파지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며 연기했습니다.”

서현우는 지난 2023년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21회 디렉터스컷어워즈에서 ‘올해의 새로운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 과거 감독들을 한 명이라도 더 보기 위해 영화제작사에 찾아갔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으로 상을 받으며 변화를 느꼈어요. 보고싶었던 감독님들을 한 자리에서 보게된 건 믿기지 않는 일이었죠. 일면식 없는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진귀한 경험을 겪으며 제가 해오던 작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 확신 덕에 성조를 만들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발을 구현하며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됐죠.”

이런 도전 덕분에 서현우는 평단에서 ‘포스트 송강호’라는 평가를 듣곤 한다. 그는 이런 평판에 대해 ‘영광’이라며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꼽았다.

“송강호 선배의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평가는 영광입니다. 평소 익숙해지는 걸 경계하려고 해요. 다작의 비결은 역할과 제 자신을 분리시키는 것이죠. 촬영할 때는 집중하되, 그 후에는 과하게 몰입하지 않는 게 제 원칙입니다. 작품이 끝난 후에도 사람을 마구 죽이는 성조로 살아간다면 힘들겠죠. 앞으로도 캐릭터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어 나가고 저다운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