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3세 이하(U-23) 올림픽축구대표팀 사령탑 황선홍 감독에겐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황 감독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는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선임 관련 3차 회의를 열고 내달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황 감독에게 맡기기로 최종 결심했다.

KFA는 최근 아시안컵 4강 탈락과 더불어 선수단 내분 등으로 리더십을 실종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력강화위를 새롭게 구성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1차 회의 직후 리더십, 전술 역량, 육성 능력, 명분 등을 모조리 언급,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선임 조건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내달 21일(홈)과 26일(원정) 예정된 태국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맞춰 정식 감독을 선임할 뜻을 보이면서 K리그 현역 감독을 우선순위로 두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울산HD의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고 과거 대표팀을 지도한 홍명보 감독이 1순위로 언급됐다. 이 밖에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FC서울 김기동 감독 등 현직 사령탑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면서 소속팀 팬은 격노했다. 내달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감독을 빼가려는 것에 “리그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본의 아니게 K리그 감독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전력강화위는 사흘 뒤 열린 2차 회의에서 ‘3월 임시 감독 체제’로 선회했다. 방향성은커녕 여론에 끌려다니는 집단임을 스스로 인증한 셈이다.

임시 사령탑 선임을 두고 애초 ‘1순위’로 거론된 건 황 감독이다. 오는 4월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U-23 아시안컵을 앞둔 황 감독은 애초 A매치 기간 올림픽팀 요원과 전지훈련 등으로 아시안컵 준비에 사력을 다하려고 했다. 그러나 KFA 내부에서는 현장 감각 뿐 아니라 현재 어수선한 대표팀 내부 상황을 잘 알면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일 만한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황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 3연패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현재 A대표팀 주력 요원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국내파 선수 역시 잘 아는 사령탑인 만큼 KFA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안컵을 앞두고 A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하게 된 황 감독은 일찌감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진과 이원화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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