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공영방송 KBS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장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6일 2000회를 맞는 ‘2TV생생정보’나 1970년부터 방송 중인 1TV ‘동물의 왕국’ 등은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1957년부터 66년째 전파를 타고 있는 KBS 한민족방송 ‘KBS 무대’ 등은 대한민국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건 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청자, 청취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때문에 출연자에게 하차를 통보할 때도 해당 출연자를 아끼는 시청자들을 대신해 예의를 지켜야 한다. 소통 없는 일방적인 통보는 수신료의 가치와 공영방송의 품위를 깎아먹는다.
지난 4일 KBS는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남희석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김신영은 9일 인천 서구 편 녹화를 끝으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 같은 KBS의 결정은 김신영은 물론 제작진도 미처 알지 못했 일방적 하차 통보였다. 김신영의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 측은 같은날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여 연락이 왔고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김신영의 하차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차 이유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일부 네티즌들은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 김신영 하차 반대 청원을 진행했다. KBS는 김신영의 하차이유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전국을 누비며 중장년층에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은 현재까지도 굳건하게 일요일 낮 시간대를 지키고 있다. 1980년 11월 9일 방영을 시작해 지난 2월 25일 기준 2060회를 맞이했다. EBS ‘장학퀴즈’가 1973년 2월 18일에 방영해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노래자랑’도 못지않은 대기록을 세웠다.
KBS는 현재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감원과 예산 삭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과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또한 최근 폐지된 KBS 예능 프로그램만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로 두 개다.
박민 KBS 사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서 열린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KBS 미래 비전과 함께 상반기 내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청자를 위한 책무 이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수 프로그램을 여럿 둔 ‘공영방송의 위엄’은 어느날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데는 시청자들의 성원과 프로그램을 위해 힘쓴 제작진, 출연자들의 노고가 있다. KBS는 계속된 일방적 통보가 아닌 출연자와 시청자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매너로 공영방송의 품격을 보일 때다. tha93@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