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표권향 기자]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일 국내외 언론인과의 만남에서 ‘제주 4.3 사건’의 참혹함을 알리는 동시에 앞으로 해결해나갈 소신 발언을 했다.

이날 국내 언론사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외신기자들이 참석했다. 오 도지사는 “제주 4.3 사건을 수난의 역사로 보면 안 된다. 희생자들이 싸워 승리로 이끈 역사”라고 강조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3월1일을 기점으로 1954년9월21일까지 약 7년 6개월간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도민 약 3만 명이 희생된, 참극이다.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말한다. 특히 여자가 많은 이유가 제주 4.3 사건 탓이라는 설명도 있다. 당시 서북청년회로 오해받은 남자들이 나이 불문 처형당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오 도지사의 조상도 있다.

오 도지사는 “할아버지와 증조부께서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희생되셨다”라며 “대통령이 사과했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이들의 영혼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라고 했다. 아픈 과거지만 승리의 역사로 기록됐다는 것.

2003년10월 노무현 대통령은 사건 55년 만에 국가원수로서는 최초로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4.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로부터 6년이 지난 2000년,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으며, 현재 순차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난관이다.

오 도지사는 “제주 4.3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유가족과 국가 간 화해와 상생으로 거듭해야 한다”라며 “제주 4.3 사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부탁했다.

제주 4.3의 아픔엔 외신기자들도 동참했다. 응웬득탕 베트남 VNA 기자는 “내일(3일) 기념식이 열리는데, 비가 많이 내릴 것이란 예보를 들었다. 이 비가 마치 희생자들의 눈물같이 느껴질 것 같다”라며 “미래에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법은 없다. 제주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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