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표권향 기자] “아버지, 보고싶어요.”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하루 앞둔 2일부터 3일 새벽까지 제주도에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추념식 당일까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우천으로 인해 실외에 마련한 본식 장소가 아닌 최대 200명만 수용 가능한 실내로 이동하는 것을 고민했다. 하지만 추념식 시작 2시간 전,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다. 가족, 친구가 그리웠던 유족들의 마음이 하늘에 전해진 듯했다.

올해 76년째를 맞는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 자리에는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날 추념식의 한 영상이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인 부친을 그리워하던 김옥자 할머니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영상 속 김옥자 할머니는 희생자 비석에 적힌 아버지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한 번만 보고 싶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였다. 인공지능(AI)으로 부활한 김옥자 할머니의 아버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옥자야, 이리 오렴. 우리 옥자 얼마나 컸는지 한 번 안아보자”라고.

제주특별자치도청이 이번 추모식을 준비하면서 사진을 AI 영상으로 복원해, 76년 만에 부녀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영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가수 인순이가 무대에 올라 <아버지>를 열창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궜고, 어떤 이는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추모식이 끝났지만, 유족들은 한참 자리를 지키며 먼저 떠난 그리운 이들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한덕수 총리는 “4.3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제주도민의 뜻을 받들어 4.3 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라고 약속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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