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너무 기특하고, 고마워요.”

SSG 문승원(35)의 모교사랑이 뜨겁다. 남몰래 7년째 기부하고 있다. 연봉 5000만원도 안 되던 시절부터 후배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승원의 모교 배명고 야구부를 지휘하고 있는 김경섭 감독은 “(문)승원이가 후배들을 도운 지 오래됐다. 2017년쯤으로 기억한다. 찾아왔더라. 후배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1군에 자리를 잡은 시기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형편이 어려운 고1 후배 한 명을 선정해 1년간 월 50만원씩 지원했다. 3학년 졸업할 때까지 줬다. 2020년부터는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방망이 1000만원어치다. 2021년부터는 고3 투수들에게 500만원 상당 글러브를 선물하고, 남은 500만원은 또 그만큼 방망이를 준다”고 설명했다.

4일 문학에서 만난 문승원은 “내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저연차, 저연봉 때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2017년이면 내 앞가림도 힘들 때다”며 웃은 후 “아마 내가 연봉이 좀 높아진 이후 시작한 것 같다. 2018년 우승 후 같다”고 말하며 재차 웃었다.

또한 “내가 여유가 생기면 꼭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었다. 고려대는 후원이 잘돼 있다. 배명고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래서 장학금 형식으로 시작했다. 야구 잘하는 친구보다, 하고 싶은데 돈 때문에 힘든 선수를 돕고자 했다. 그런 선수들이 끝까지 야구를 했으면 했다. 이후 장비 지원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문승원은 배명중-배명고-고려대 출신이다. 2012년 1라운드 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13년째 한 팀에서만 뛰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팀에 대한 애정도 크다. 선발을 원하지만, 팀 필요에 따라 불펜으로 이동했다. 올시즌 4세이브로 리그 세이브 1위다.

모교를 생각하는 마음도 뜨겁다. 2017년이면 연봉 4400만원일 때다. 2018년 연봉 9000만원으로 올랐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KBO리그에서 ‘고연봉자’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 시기부터 기부에 나섰다.

일회성도 아니다. 3년간 꾸준히 장학금을 건넸고, 지금은 방망이와 글러브를 전하고 있다. 프로에서 성공해 연봉 수억원을 받는 스타가 됐다. 그래도 시작점은 결국 모교다. 후배들을 위해 계속 힘을 쓰고 있다.

김경섭 감독은 “다 큰 어른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렇지만, 너무 기특하지 않나. 정말 고맙다. 중학교 시절 지도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정말 야구에 진심이었다. 열심히 하는 선수다. 프로에서도 좋은 모습 보인다. 잘해줘서 나도 고맙다”고 강조했다.

문승원은 손사래부터 쳤다. “감독님께서 좋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 기부는 프로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고 싶었다. 생각을 실천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나도 기분 좋았다.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그냥 조용히 했다. 후배들 다 잘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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