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초저가’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파고들었던 중국 쇼핑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존속성이 난망해지는 모습이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와중 때맞춰 등장한 C커머스는 단기간 한국 이용자 수를 급증시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뒤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비자 개인정보 침해, 유해 물질 검출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C커머스에 우려를 표명했고, 결국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C커머스 한국 이용자 수가 급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알리·테무, ‘초저가’로 국내 소비자 잡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회원 가입이벤트를 강화하고 극가성비 ‘직구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였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지속되던 중 이들이 판매하는 1000원~1만원 저가 상품들은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초저가에 빠진 국내 소비자들은 빠르게 C커머스로 환승해 구매 열을 올렸다. 지난달 BC카드에 따르면C커머스 데이터 분석 결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국내 상륙한 지 6개월 만에 매출이 1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커머스는 저가 상품이 결제 건수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3월 기준 C커머스에서 1만∼3만원 미만을 결제한 비중이 59.1%에 달했고, 그 다음이 5000∼1만원 미만(14.2%), 3만∼5만원 미만(13.6%), 5만∼10만원 미만(6.6%), 5000원 미만(4.6%) 순이었다. 3만원 미만 결제 건수는 전체의 78% 수준이다.
또 연령대별로 보면 C커머스의 결제 금액은 전 연령대별로 증가했다. C커머스 결제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대는 40대(183%), 30대(148%), 50대(145%), 60대(108%), 10대(103%) 등 순이었다.
그런데 C커머스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저품질 상품 양산, 가품 상품, 개인정보 침해·유출 논란이 가열되면서 한국 이용자 수가 지난달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7일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1000여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여명으로 28만2000여명(-3.2%) 줄었다. 테무 이용자도 같은 기간 829만6000여명에서 823만8000여명으로 5만7000여명(-0.7%) 감소했다.
◇ 개인 정보 유출, 발암 물질 논란에 탈(脫)알리·테무 급급
가정의달을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C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초저가 어린이제품 38종에서 카드뮴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관세청은 알리와 테무 등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 252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5%에 해당하는 38종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38종 중 27종에서 기준치 대비 최대 82배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장기간 접촉하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금지된 환경호르몬이다. 6점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나왔다. 검출된 카드뮴 함량은 기준치 대비 최대 3026배에 달했다. 5점에서는 기준치 대비 최대 270배의 납이 검출됐다.
이들 제품은 평균 가격이 3468원에 불과한 초저가 제품으로서 정식 수입 요건을 갖추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직구 물품들이다. 품목 유형별로 보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신발·학용품·장난감 등에서, 납과 카드뮴은 반지·팔찌 등 액세서리에서 주로 검출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알리·테무에서 어떻게 아이 제품을 구매하냐. 절대 안 한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발암떡이다”, “중국 공산품들이 C커머스 통해서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것 같아 무섭다” 등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7일 시민단체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의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들을 고발했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테무를 고발한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별관 앞에서 고발인 조사에 앞서 “알리와 테무는 저가 상품을 미끼로 한국 소비자를 개인정보 수집 도구로 활용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알리와 테무가 포괄적인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야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사업목적인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것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의사 범위를 벗어난 동의를 근거로 한 개인정보 사용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동의를 근거로 한 모든 개인정보 수집·활용·제3국 이전은 무효이고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국내법에 따른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아울러 알리와 테무에는 상품 구매와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회사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 중국 기업 의존력 키우는 C커머스 소비자
이런 논란이 지속되자 국내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문제는 이미 C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진출과 동시에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면서 기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중국 플랫폼 가입은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독점력을 가중시켰다.
실제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도 C커머스의 공세에 휘청이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던 실적이 올해 1분기에 고꾸라지면서 2년 연속 흑자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진 모양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C커머스의 파상적인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주요 업체의 투자 또는 지출 확대 전략이 재무 건전성 확보와 장기 성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쿠팡은 1분기 영업이익이 4000만달러(약 53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2022년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 달성 이후 이어진 영업이익 확대 행진이 멈춘 것이다.
이 여파로 당기순손익도 2400만달러(약 3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9085만달러·약 116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800억원 넘게 감소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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