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가수 기를 살려줘야 한다.”

가수 김호중이 사고 후 미조치(도로교통법 위반) 및 운전자 바꿔치기 허위진술 등으로 여론의 강한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소속사는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공언했다. 팬클럽은 “가수 기 살려주자”며 콘서트 매진에 힘쓰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무리 응원하는 마음이 진심이라 하더라도, 가수나 팬이나 사회 통념을 지나치게 배신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호중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3시간 뒤인 10일 오전 2시 김호중 소속사 생각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A씨가 경찰을 찾아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김호중 사고 당시 옷을 입고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사고 차량 소유주가 김호중인 점이 밝혀지면서 경찰의 추궁 끝에 운전자가 김호중이란 것을 실토했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 뒤인 10일 오후 4시 30분에 경찰에 출석했다.

김호중은 “운전자가 아니다”라고 발뺌하다, 뒤늦게 직접 운전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음주 측정도 했으나 음성이 나왔다. 김호중 차량 블랙박스에는 메모리 카드가 빠져 있어, 진실을 감추려 했던 의도가 엿보였다.

블랙박스 메모리를 숨긴 것이 확인되면 범인도피나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음주 측정이 이뤄지고 음성이 나온 만큼 김호중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사죄 대신 ‘아티스트 보호’를 앞세우며 예정대로 공연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대중의 불편함에 기름을 부었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4일 공식 팬카페에 “당사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아티스트를 지킬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예정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창원·김천, 월드유니언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은 일정 변동 없이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호중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1일과 12일에도 고양에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공연을 진행했다. 해당 공연은 오는 18~19일 창원, 6월 1~2일 김천에서도 열린다. 또 김호중은 5월 23~24일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무대에도 선다.

대중은 수상한 정황이 다수 엿보임에도 공연을 강행한 점에서 특히 분노하고 있다. “아티스트를 지킬 것”이라는 문구로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한 점도 비호감 포인트다. 심각한 죄를 저지르고 법을 기만한 가수가 대중의 인기를 얻고 부를 축적한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높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김호중 소속사가 상황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김호중이 저지른 뺑소니는 매우 엄한 범죄로 여겨진다. 자칫 그간 쌓은 업적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처지에 있다. 음주운전보다 더 심각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